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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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돌핀스루
돌핀스루 박유빈 우린 모두가 아종이라서 칭얼대도 된단다 노을에 입혀진 것처럼 공터는 포근한 얼굴을 하지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데요 집도 없고 몸도 없지만 나는 다행입니다 발라진 살점 개개풀린 두 눈 나를 휘감고 돌아가는 모자람 몇몇 그렇게 살면 곤란합니다 한 문장 흘려 쓴 구름형 말풍선 하나 수영모처럼 쓰고 다녀요 아무도 상처받지 않아요 걷는다 공터에 거품이 가득하길 바란다 슈퍼맨처럼 공터를 일곱 바퀴 반 돌면 분명 제정신은 아닐 거야 성을 쌓을 수 없는 모양뿐인 모래땅 무르팍 생채기 같은 붉은 하늘 공터의 냄새가 후텁지근하군요 빙빙 걷는다 걷다가 투명한 벽에 이마를 부딪친 척 멈춰 섰다 멍하니 입 벌리고 있으면 누가 들어와 씹히고 가만히 씹다가도 먹히는 우리에게 눈이 생겨서 수족관 속 우리에게도 물밑에 버려진 미증유를 구하려고 온몸이 무지갯빛으로 뒤덮이고 해답같이 비늘은 돋아나고 그러게나 말입니다 왜 물밑인 걸까요 계속 걷는다 걷다가 고개를 휘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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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자연사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박유빈 문장을 읽는다 끔찍하단 건 뭘까 나무 의자에 동여 묶인 육체가 늪에 엎질러지는 기분일까 그렇듯 말의 침몰은 세계가 끝장나는 때에 올 것이다 누군가 내게 벽만을 바라보게 한 다음 마지막 문장 남길 기회를 준다면 어쩌면 난 벽 아닌, 벽과는 다른, 벽보다는 무른 곳에 어떤 문장이든 텁텁한 글씨를 아로새길 것이다 내 것 아닌 숨 누구의 것도 아닌 멸망 호흡해야 한다 시가 하등 쓸모없는 숲에서도 호흡은 이어지고 열대림의 연속이거나 천장에 맺힌 문장부호들이거나 어느 것이든 높고 습하고 드넓게 뻗친 문장 말과 친밀한 세계라면······ 말이 말과 사귀어 이렇게 작은 방에도 천장에 간신히 매달린 글자들이 마을을 이루었다 말은 이끼다 이곳은 단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자살과 무성생식을 반복하는 버려진 시들이 모여 사는 마을 이끼 숲에서 탄생은 곧 지워짐 언제까지고 상상해봄 직한 영원한 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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