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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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2018 올해의 시
마지막으로 백은선 시에는 정돈되지 않은 감정이 폭발 직전의 강렬한 에너지를 뿜으며 열 페이지가 넘는 긴 호흡으로 이어진다. 백은선의 시를 읽으면 2010년대를 지배하는 '마음의 레짐'(김홍중)이 그려진다.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시대의 불안, 분노, 슬픔, 자책, 부정 등이 용광로처럼 끓어 넘친다. 그런데 「비천의 형식」에서 백은선의 시적 주체는 스스로의 삶을 비천하다고 자학하면서도 끝끝내 절박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더구나 격렬한 파토스에 전염되어 한 차례 격렬한 정동의 물결을 지나보낸 다음에는 묘한 위안을 얻게 된다. 백은선은 이러한 제의적 행위를 통해 '비천의 형식'으로 추락해 버린 시의 존재이유를 증명해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작가소개 / 안지영 서울대 국문과 박사 과정 졸업.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어 등단. 청주대 국어교육과 조교수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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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영화감상
작가소개 / 백은선 (시인) - 1987년 서울 출생. 2012년 《문학과 사회》 등단. 《문장웹진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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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신을 믿는 사람들 외 1편
신을 믿는 사람들 백은선 밤이 오지 않아서 검은 눈의 아이들이 태양을 쥔 손을 놓지 않아서 밤이 끝나지 않아서 뒤집힌 풍경 위로 눈이 그치지 않아서 떠내려가는 텅 빈 얼굴을 수면이 가르치는 바람의 문법을 부를 수 없어서 바구니 안에는 사과 열 개 손 안에는 읽을 수 없는 운명 가까운 길을 멀리 돌아갈 때 나는 만족할 수 없는 식사에 대해 생각한다 죽은 사람 곁을 지키는 삼일 동안 매일매일 바람이 구름을 밀어 준다 수몰지구에서 네 신발이 발견되었다고 키 작은 남자가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그곳을 모른다 둥글게 모여 앉아 갓 태어난 신의 아이들은 빛을 주무른다 엇갈리는 빛들이 예쁘게 흔들린다 그때마다 마음이 부서지는 줄도 모르고 천진하고 끔찍하게 손장난을 한다 그 속에서 끝내 너를 찾지 못하고 죽은 거라고 결론지어야 한다고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까지 어두운 물밑까지 영영 밤이 오지 않아서 짝짝이 신발을 창가에 올려놓고 돌아누워 잠들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