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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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공회전」외 6편
대명천지에 술래놀이를 할 때 노상가판대에서 총 맞은 것처럼 태극기 휘날리는 삼일절, 죽을 만큼 아픈 계절을 빠져나오면서 눈물을 감춘 백지영의 노랫말이 가슴을 쥐어짤 때 가끔씩 머리카락 굵은 빗소리가 지하방의 꽃잠을 흔들 때 서성이는 빗소리에 갸웃, 버들강아지 웅크린 꼬리를 처연히 흔들 때 상주 없는 변방의 장례식장에 커다란 근조화환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모든 쓸쓸한 것들의 형상을 흔들어 보는 방식으로. 1,139의 왕 꽃피는 동안만 풍경이 되는 동네, 지상에 세 들어 살다 보면 도장 찍을 일이 참 많습니다, 쪽, 쪽, 쪽, 오늘은 쪽수가 많군요 이쪽저쪽으로 날아다니는 것은 벌들의 오랜 습성이라, 연분홍 새 전단지가 봄바람에 휘날리는 춘화(春畵) 같은 골목은 한창 성업 중입니다 한 잎 지고 나면 다시 한 잎이 돋는 목련의 직거래, 이 봄을 담보로 너의 새 입술을 대출받을 수 있을까 마지막 불꽃이 튀듯 쪽, 쪽, 쪽, 만화방창에 걸려든 벌떼들이 진땀을 흘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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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희곡 해지
해지 백지영 등장인물 이루(남) 해지(여) 기자(남) 무대 무대는 기본적으로 비어 있다. 장소는 구체적이기 보다는 대소도구 및 조명 등을 이용해 변화를 주는 정도로 표현토록 한다. 1. 검은방 무대는 빛이 들지 않는 좁고 어두운 방이다. 중앙에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캐리어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무대에 울려 퍼지 긴장된 표정의 이루, 들어와 의자에 앉는다. 동시에 소리 뚝 끊긴다. 잠시 후 기자, 들어온다. 이루 시작하는 건가요? 기자 긴장이 많이 되시나봐요? 이루 좀 그러네요. 기자 사실 의외였어요. 거절하실 줄 알았거든요. 이루 아마 오늘 인터뷰가 나가고 나면 돈독이 제대로 올랐다고 난리가 날 거예요. 기자 그런데도 응해주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루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 가장 많이 들은 소리가 돈 때문에 그런 짓을 해 놓고 억울할 게 뭐가 있냐는 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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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먼 나라 이야기
가수 백지영의 목소리를 닮은 보건선생님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교실 안으로 흘러나온다. 몇몇 아이들이 창가로 모여든다. 바람이 학교 건너편 숲을 건드릴 때마다, 숲은 뿌연 송화구름을 뿜어 올린다. 엄청난 꽃가루사태다. 오연이는 휴대폰을 꼭 그러쥔 채 바깥을 보다가 화들짝 놀란다. 뒤에서 오연이 등을 툭 친 승재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송화가루는 약으로 쓰는 거 아니냐?” 그냥 고개만 끄덕이는 오연이의 눈빛은 어찌 보면 잠이 덜 깬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눈만 뜨고 있을 뿐 정신은 다른 곳에다 두고 온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 몸에 해롭지 않은 게 뭐가 있냐? 여기는 시골인데도 물을 맘대로 마시나, 숨을 맘놓고 쉴 수 있나. 우리 엄마는 날아다니는 새도 쳐다보지 마라고 한다. 조류독감인가 뭔가 때문에....... 조류독감이 공기로 전파된대. 그러면 큰일 아냐? 이러다가는 날마다 방독면 차고 사는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