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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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사랑
사랑 김언 조금 더 사랑했으면 조금 더 행복했을까? 이미 지나간 사랑인데, 지나간 사람이고 지나간 불행인데 아직도 남은 불행이 겁나서, 겁나게 무서워서 무섭게도 노려보는 사랑. 너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니? 빈 껍데기밖에 안 되는 그 말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니? 사랑은 아닌데, 사랑은 아니라고 또 무얼 가져와서 사랑이라고 하나? 사랑은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세 번 정도 부정하면 세 번 정도 긍정하고 인정하고 작정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다르지. 달라도 너무 다르지. 행복과 불행이 다르듯이 불행과 불안이 다르듯이 불안과 불길이 다르듯이 불길은 불길로 그치지 않고 꺼지지도 않고 계속해서 온다. 불길하게 온다. 그만 만나자고 말해도 온다. 저기서 사랑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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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사랑
[단편소설] 사랑 도재경 장항리 유적지 학술 심포지엄을 마친 자리에서 나는 동갑내기 민 교수로부터 내키지 않는 초대를 받았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그의 별장에서 이번 심포지엄과는 별개로 비공식 학술모임을 갖자는 것이다. 명목이야 토론자로 참석하지 않은 내 의견을 경청해 보고 싶다는 얘기였지만 보나마나 그의 수집벽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유물이나 고문서 따위를 앞에 놓고 강론이나 듣다가 돌아올 게 뻔했다. 물론 개중에는 지적 욕구를 채워 주거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것들도 분명 있을 테지만 누구보다 민 교수의 기벽을 잘 아는 나로서는 그의 초대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하반기에 예정되어 있는 교수 임용을 앞둔 상황에서 그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에다가 심포지엄에서 좌장을 맡은 학계 선배인 박 교수와 한때 절친했던 이준하도 참석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민 교수는 유약한 체질이긴 했지만 학창 시절부터 집념 어린 구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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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투명한 사랑
투명한 사랑 이수빈 자주 슬프고 가끔 기뻐요 그러면 오래 산다 사는 일에 중독된다 말씀하시는 선생님 청소하느라 바쁘시고 교실이 깨끗해지기 전까진 집에 가지 못하신다고 이런 건 제게 시키셔도 되는데 저도 잘할 수 있는데 잘하지 않아도 된단다 내가 네게 기대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란다 선생님 나무로 된 교탁을 닦으시고 푸른 방울토마토 열매에 물을 주시고 햇빛이 들어왔다가 나가기를 반복한다 아이들처럼 가볍게 그러나 선명하게 선생님 친구들이 너무 똑똑해요 친구들은 화를 내도 울어도 예뻐요 저는 친절해도 웃어도 예쁘지 않고요 모두 예쁜데 나만 캥거루1) 그런 말을 한 시인이 있단다 너는 시인이 될 테니 괜찮다 선생님께 하고 싶었던 말을 하려고 집에 가지 않고 남은 건데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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