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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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사인
살인. 죽어야지. 밤늦게 혼자 걸어갔으니. 나와 마주쳤으니. 김철수는 돌아갈 날짜를 세어 본다. 가만히 저항하면서. 살던 대로 살 날을 기다린다. 김철수는 다른 삶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전과 다른 자신을 증명하는 것. 무엇으로. 끊임없이 말하는 것으로. 나는 이제 다른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다른 삶을 사나니 다른 삶을 구하는 자에게 신의 축복이 있으라. 김철수는 새벽 기도를 간다. 김철수는 성경을 읽는다. 김철수는 신문의 사회면을 본다. 김철수는 글을 쓴다. 김철수는 쓴 것을 읽는다. 김철수는 다른 사람이 되어서 다른 사람인 것을 증명하고 있다. 김철수는 밤마다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골목을 걷는다. 김철수의 집은 거기에 없다. 이런 씨발. 좆같은 동네보다 더 좆같은 동네에 김철수의 집이 있다. 김철수는 더러운 걸목을 걸어 문짝 가티도 않은 것을 문이랍시고 열고 들어가는 사람을 본다. 거기에 달린 자물쇠를 본다. 이런 씨발. 좆같은 집에 살아도 문을 잠근다. 김철수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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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이 또한 여행⑧] 어떤 장소를 환영으로 가로지르기
「고령가 소년 살인 사건」의 배경이 된 고령가. 다음 날에는 「해피 투게더」에서 아휘(양조위 분)가 장(장첸 분)의 부모님 가게가 있는 야시장을 찾아가는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바로 그 야시장을 찾아갔다. 랴오닝(遼寧) 야시장은 타이베이의 대표적인 야시장으로서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스린 야시장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별도의 공간 없이 그저 차가 지나다니는 랴오닝제 중간의 100미터 남짓한 길 양쪽으로 해산물과 국수, 분식 등을 파는 식당과 간이 점포들이 늘어서 있는 게 고작이었다. 찾는 손님도 그리 많지 않아 퇴근길 직장인들이 들러 허기를 채우거나 한 잔 기울이는 정도였다. 영화 속 정신없고 활기 넘치던 공간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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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파사칼리아의 거울
살인 현장을 가까스로 빠져나간 살인자? 희미하게 남아 있는 핏자국과 발자국? 죽음의 냄새를 풍기는 끔찍한 비극? 그런데 그는 “뭔가를 발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232쪽). 그에게는 살인 사건을 파헤치려는 목적이 없다. 대신 그는 뭔가를 보기를 원한다. 아니, 그러나 그는 ‘눈먼’ 탐정이 아닌가. 앞을 보지 못하는 그는 뭔가를 보기 위해서 눈이라는 시각 기관이 아니라 다른 도구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하나는 ‘영혼의 막대기’로, 그의 삼촌이 오래전에 쓰던 물건인데 “수맥의 파장이나 지하 단층의 미세한 진동, 특정 물질의 방사선 에너지”(226쪽)를 감지해서 살인자가 달아난 방향을 추적한다. 다른 하나는 ‘귀’로, 이 청각 기관을 통해 그는 사람과 사물의 사소한 움직임, 동물과 식물의 은밀한 상호작용, 이를테면 돌의 속삭임 같은 것을 감지한다. 눈먼 탐정은 ‘나’에게 말한다. “그 속삭임을 들어 봐”(239쪽). 배수아의 근작들은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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