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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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새해
새해 권민경 어떤 사람의 해가 뜨는 동안 어떤 사람의 해는 진다 믿기지 않아 태어난 진 너무 오래되었고 죽을 나를 나는 모르고 시작과 끝은 외부의 힘에 의해 결정되는데 자전 공전 심술 난 이공계생 인생의 목표가 겨우 교수라니 넘 시시하지 않니? 깔깔 웃고 흩어진다 심술 난 수료자들 동짓날 가장 사랑하는 교수님께 편질 쓴다 선생님 선생님 때문에 시인이 되었습니다 시인 되었? 습니다 겨울의 달처럼 떠 있는데 언제 지는 건지 다시 떠야 하는지 좀처럼 알 수가 없습니다 교수님도 모를 것이다 아는 척하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뭘 믿어야 하지? 다 믿기질 않는데 해가 뜨고 진다는 것도 아기가 죽고 신이 있다는 것도 엄마아빠의 자식이며 나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게 내 영혼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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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늦은 새해
늦은 새해 주나영 우기 막바지인 3월 아침, 조식당에 안까지 빗소리가 크게 들렸다. 직원은 사다리에 올라 창에 붙은 검은 시트지를 문질렀다. 들뜬 가장자리를 손바닥으로 몇 번이고 눌렀지만 쉽게 붙지 않았다. 저렇게까지 해서 창을 가려야 하나 싶었다. 어젯밤 체크인할 때 받은 안내문 상단에는 영어로 ‘침묵의 날(녜삐 데이)’이라는 낯선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루 동안 발리의 불빛과 소음을 줄이며, 투숙객의 호텔 외부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안내문을 건네던 직원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는 새해 첫날을 아주 조용하게 보내는 풍습이 있거든요.” 나는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호텔 직원들은 목소리를 낮췄고, 손님들도 주변을 살피며 말을 줄이는 듯했다. 사다리 위의 직원은 테이프를 한 조각 더 잘라 시트지 가장자리에 붙였다. 그래도 한쪽이 다시 들뜨자 시트지 한 장을 떼어 사다리 아래로 내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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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커버스토리 2월호 측량과 측정-지도제작자와 시계수리공
「농담」에서 장엄하지만 어지럽게 이어지던 1인칭 화자의 진술은 「벚꽃 새해」의 간결한 3인칭으로 바뀌었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과 진술을 통해 사유를 주도하던 「농담」 주인공의 역할은 「벚꽃 새해」에서 성진과 황학동 시계방 노인으로 분할되어 명확한 사건의 진행과 함께 보다 알기 쉬운 행동과 대화로 전달된다. 「농담」과 「벚꽃 새해」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나’와 ‘성진’은 모두 자신의 삶이 어느 순간 그들이 바라던 인생의 행로에서 크게 벗어났다는 절망감을 공통적으로 토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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