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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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소설, 자본주의를 그리다
소설, 자본주의를 그리다 – 소설가 서유미 인터뷰 고봉준 마지막 인터뷰의 대상은 소설가 서유미다. 이 결정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작’과 ‘끝’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것들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마지막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끝’이라는 것이 심리적 압박으로 다가왔다. ‘끝’을 함께할 작가를 선정하는 일은 ‘시작’을 함께하는 작가를 선정하는 것만큼 어려웠다. ‘인터뷰’라는 형식이 비록 작가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가십 정도일지 몰라도, ‘모든’ 작가를 인터뷰하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거기에는 선택의 시선이 개입하기 마련 아닌가. 그렇다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나 자신은 물론이고 인터페이스를 통해 인터뷰를 읽을 독자들에게도 조금이나마 설득의 요소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쩌면 처음에 생각한 ‘끝’은 서유미 작가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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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오늘을 이야기하는 여섯 가지 시선 - 한국문학의 명장면
둘.서유미, 「검은 문」 고봉준 [caption id="attachment_139820" align="aligncenter" width="400"]서유미, 「검은 문」《문장웹진》 2012년 3월호[/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39821" align="aligncenter" width="400"]서유미, 「검은 문」『당분간 인간』, 창비, 2012년.[/caption] “나쁠 것 없는 저녁이었다. 하지만 211번은 이런 평화가 거짓처럼 느껴졌다. 99번과 123번은 하루 종일 출구가 없는 것처럼, 등 뒤가 벽으로 막힌 것처럼 행동했다. 그들의 생활은 철저히 철창과 배식구를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숫자와 밥그릇에 매여 있었다. 211번은 고개를 돌려 출구를 힐끗 보았다. 그것은 검고 음험한 수수께끼처럼 여전히 거기 있었지만 지워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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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작가인 동시에 독자인 사람의 노래
[내가 읽은 올해의 책] 작가인 동시에 독자인 사람의 노래 ─ 이승우, 『지상의 노래』 서유미 소설을 쓸 때는 독서를 자제하는 편이다. 좋은 소설을 읽게 되면 쓰고 있던 글이 형편없이 느껴져서 의기소침해지기 때문이다. 또 독서의 달콤함에 빠지면 소설쓰기를 작파해 버리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피어올라서 의도적으로 멀리하기도 한다. 그렇게 단속하는데도 열심히 써야 할 때는 읽고 싶은 책이 넘쳐나고, 작정하고 독서를 시작하면 뭔가 써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상황은 반복되었다. 그래서 하루를 반으로 접어서 낮에는 읽고 밤에는 쓴다거나 일주일의 전반부는 읽고 후반부는 쓰자, 라고 정해 보기도 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요즘은 마감이 끝나거나 책을 낸 후에 독서목록을 짜고 독서기간을 정해 놓은 다음 몰아서 읽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언제 또 바뀔지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은 독서기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