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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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소설, 자본주의를 그리다
▶ 서유미 : 2년 동안 그냥 원 없이 읽고 쓰자, 그동안 일도 많이 했으니까 좀 쉬기도 하면서. 이런 생각으로 2년 동안 원주에서 지냈어요. ▶ 고봉준 : 2007년에 계간《문학수첩》에 장편이 당선되어 등단을 하셨는데, 또 제1회 ‘창비장편문학상’도 받으셨어요. 같은 해에 두 개의 상을, 그것도 일종의 신인상을 두 개 받은 셈인데 거기에 대한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 서유미 : 하나는 마감이 6월이었고, 하나는 9월이어서 신인상을 받고 그냥 바로 또 낸 셈이었어요. ‘창비’를 뒤늦게 알았어요. 미리 알았다면 어쩌면 ‘창비’에 먼저 내거나 그랬을 수도 있었을 텐데, 어쨌든 재등단이라기보다는 두 편의 장편을 그때 이미 다 완성을 했었던 거죠. ▶ 고봉준 : 원주에서의 2년 동안? ▶ 서유미 : 네. 그때 두 편을 썼었고, (문단 시스템은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두 편이 다 책이 됐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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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작가인 동시에 독자인 사람의 노래
[내가 읽은 올해의 책] 작가인 동시에 독자인 사람의 노래 ─ 이승우, 『지상의 노래』 서유미 소설을 쓸 때는 독서를 자제하는 편이다. 좋은 소설을 읽게 되면 쓰고 있던 글이 형편없이 느껴져서 의기소침해지기 때문이다. 또 독서의 달콤함에 빠지면 소설쓰기를 작파해 버리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피어올라서 의도적으로 멀리하기도 한다. 그렇게 단속하는데도 열심히 써야 할 때는 읽고 싶은 책이 넘쳐나고, 작정하고 독서를 시작하면 뭔가 써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상황은 반복되었다. 그래서 하루를 반으로 접어서 낮에는 읽고 밤에는 쓴다거나 일주일의 전반부는 읽고 후반부는 쓰자, 라고 정해 보기도 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요즘은 마감이 끝나거나 책을 낸 후에 독서목록을 짜고 독서기간을 정해 놓은 다음 몰아서 읽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언제 또 바뀔지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은 독서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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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무한히 증가하는 숫자의 방
무한히 증가하는 숫자의 방 -서유미 「검은 문」 (문장웹진 2012년 3월호 수록) 읽기 편혜영 「검은 문」을 처음 읽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문’이자 ‘벽’에 관한 정보이다. ‘문에 손을 대지 않는다’를 규칙으로 가진 이곳은 소등 후에는 방 사람들이 돌아가며 출구 앞에서 불침번을 서는 규칙-그러고 보면 규칙이 많은 곳이다-을 가진 공간이기도 하다. 갇힌 사람들은 출구로 끌려 들어가면 죽는다는 두려움을 품고 있어서, 출구 밖에는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품고 소설을 읽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이 소설을 다시 읽을 때도 이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문’보다는 ‘숫자’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한 방에서 수감 생활을 하는 세 사람, 211번, 123번, 99번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벽돌을 돌리며 의미 없이 ‘숫자’를 올리는 작업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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