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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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모멸의 무대와 배역들 - 장류진, 최은영, 강화길의 소설
[문학 리뷰(소설)] 모멸의 무대와 배역들- 장류진, 최은영, 강화길의 소설 김요섭 이기호의 단편 「최미진은 어디로」는 모멸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의 서술자이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기호'는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그의 책을 떨이로 내놓은 판매자를 만나기 위해서 직거래를 신청한다. 판매자인 '제임스 셔터내려'가 덧붙인 설명("이기호/병맛 소설, 갈수록 더 한심해지는, 꼴에 저자 사인본"1))에 느낀 모욕감 때문이다. 직거래에서 '제임스 셔터내려'는 이기호를 알아보고, 그 앞에서 고개 숙인 채 변명과 사과를 늘어놓다가 도망치듯 떠난다. 그 밤, 술에 취한 '제임스 셔터내려'가 이기호에게 전화한다. 1) 이기호, 「최미진은 어디로」,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 문학동네, 201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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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소설 쓰는 기계
[2014 차세대4차 소설] 소설 쓰는 기계 전성혁 나는 지금 소설을 쓰려 한다. 아마 이 글이 내 첫 소설이 될 것이다. 길이로 봤을 때 경장편 이상의 분량이 나올 것 같다. 처음부터 단편 소설을 쓰며 작법을 익히고 싶지만 도저히 원고지 80매 내외로 끝날 얘기가 아니다. 줄이고 또 줄여도 그 이상은 족히 넘고도 남을 이야기다. 그러니 며칠 밖에 남지 않은 신인상 공모전 투고를 위해 제도와 적당히 타협하고 싶지 않다. 게다가 아직은 두 편 이상 쓸 필력이 아니다. 어쨌든 당분간은 여가 시간 모두를 이 소설 완성에만 매진할 생각이다. 여타 출사표처럼 나름의 각오로 첫머리를 시작했지만 사실 막막하고 마냥 두렵다. 어떻게 첫 문장을 써야 좋은 글이 될 수 있을 지 혼자 고민하고 또 생각했다. 이 소설은 그냥 소설이 아니기에, 뽑히기 위한 글이기에 한 눈에 확 띄는 수사나 누가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명문장으로 처음을 장식하며 거창하게 출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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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존재의 영역으로부터 죽음을 몰아내는 천야일화(千夜一話), 박상륭 소설 읽기
소설 자체가 아니라, 소설에 주석을 달기 위한 독서가 횡행한다. 일단 박상륭 소설을 잘 읽기 위해서는, 박상륭이 40여 년이 넘도록 오직 “한 작품만을 쓰고 있다2)”는 지적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천일야화』를 패러디한 그의 단편 제목처럼, 박상륭은 ‘千夜一話’를 쓰는 중이다. 천 하루 동안 천 한 개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천일야화’가 아니라, 천 일 동안에도 이야기는 하나뿐이라는 ‘천야일화’이다. 1973년까지 쓴 31편의 중단편들은 낱낱의 분산태였다가, 1975년 『죽음의 한 연구』에 이르러 하나의 완성태로 집약 되는가 했더니, 1994년 『칠조어론』에서는 완성태를 넘어서는 초월태의 경지를 보이고, 1999년 『평심』에서 2008년 『잡설품』까지는 지난 작품들을 주해?부연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와 같이 하나의 일관된 주제 의식을 견지하면서 유사한 방법론으로 창작을 계속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작품들은 각각 일정한 미학적인 개성을 창출하는 괴력을 발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