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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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피팅
[단편소설] 피팅 박규숙 회사 입구에 도착했을 때 소희 지프가 주차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팀장까지는 회사에서 주차 자리를 내주었다. 일반사원은 주차비를 본인이 부담했다. 소희 월급으로 한 달 주차비까지 감당하기는 버거울 것이다. 아니 지프를 끌고 다닌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흰색 지프는 깔끔한 건물이 늘어선 논현역 사거리와 잘 어울렸다. 나도 모르게 코트에 배어 있을 냄새를 맡았다. 때마침 불어온 눈바람에 머리칼이 휘날려 할퀴듯 눈을 때렸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디자인실에 들어서자 하나실장이 불렀다. 가방도 내려놓지 못한 채 실장님 자리로 다가갔다. “오늘 입어야 할 옷들이 산더미인 거 알지? 지연 씨 혼자 모두 입어야 하는 것도. 지금부터 시작하자.”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아직도 피팅 모델을 해야 하지? 소희는 아직 안 올라왔다. 주차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소희 자리를 흘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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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없는 사람
내가 택시에서 내리자 그 애가 다가오더니 “소희?” 하고 불렀다. 얼굴을 보면 뭐라도 떠오를 줄 알았는데, 여전히 그 애의 정체는 오리무중이었다. 이름만 흔한 게 아니라 얼굴도 흔했다. 묘사하기 어려운 얼굴. 특징이 없는 얼굴이었다. “어, 민정아. 나 소희야.” 나는 어색하게 말했고, 그 애도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민정에게서는 희미하게 술 냄새가 났다. 아니 소독약 냄새인지도. 사실 나는 그 둘을 구별하는 게 좀 어려웠다. “밥은 먹었어?” 그 애가 물었다. 나는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오늘 처음으로 고개를 저어 보는 것 같았다. 민정의 집은 원룸이었다. 크기는 데뷔 조 숙소의 방 하나와 비슷했다. 방의 한쪽에는 책상과 의자가, 다른 한쪽에는 프레임 없는 매트리스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창을 가린 누르스름한 커튼 위로는 앵두 전구가 반짝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어딘지 처량했다. 문이 열린 화장실에서는 락스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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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독자모임 '아프고, 아프다'
이영순 : 저는 “소희 이렇게 진짜 혼자 두면 안 되는데.”라고 말하는 부분이요. 진짜 소희를 혼자 두고 싶지 않았어요. 마음 놓고 치료도 받지 못하잖아요. 김보배 : 짬뽕 못 먹고 나오는 장면. 정말 진짜 짠했어요. 정홍수 : 오늘 다룬 작품들은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각자 다 다른 방식으로 환기시켜 주면서도 문학적 울림도 큰 작품들이었던 것 같아요.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문장웹진 2017년 0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