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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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비의 근육
비의 근육 송경동 후득후득 내리는 비여 어둡고 검은 하늘의 뒤틀린 근육을 풀고 우두둑 우두둑 대지의 막힌 경혈을 뚫으며 불거진 하얀 뼛가루여 투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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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새로운 학설
새로운 학설 송경동 배고파야 시가 나온다는 말 사실 아니다 75m 굴뚝 위에서 가느다란 밥줄 하나 지상에 내려두고 400일 넘게 고공농성 중이던 스타플렉스 해고노동자들 지지 엄호를 위해 25일 동안 연대단식한다고 쫄쫄 굶고 재발한 암 치료를 거부하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어오던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의 복직을 촉구하며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천막 하나 못 치고 46일을 단식하면서도 단 한 편의 시도 쓰지 못했다 적당히 배고파야 시도 써진다 창자가 뼈에 붙을 정도면 서정이고 나발이고 붙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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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어떤 교조주의자에게
어떤 교조주의자에게 송경동 오, 당신은 나에 대해서 뭐가 그리 궁금하나요 나는 당신에게 내가 느낀 그 어떤 것도 말해주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해방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요 당신은 당신 안에만 집요하게 갇혀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요 난 더 이상 그 누군가의 스탈린주의적 편집증을 위해 그 무오류의 순결함을 위해 내 썩어가는 영혼을 까발려주기 싫어요 문득문득 나도 햇볕이 그리웠다는 이야기를 간혹 엉망으로 무너지고 싶을 때가 많았다는 이야기를 당신에게 해주기 싫어요 나의 진정한 친구들이 누구였다고 당신에게 진술해주기가 싫고 당신이 얼마나 깨끗한 영혼인지를 위해 내가 얼마나 병든 영혼인지를 얘기해주고 싶지 않아요 그 모든 고백이 당신의 가슴께로 가지 않고 차디찬 머리로 갈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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