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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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나를 기다리다
몸과 욕망_첫 번째 나를 기다리다 송경아 우리는 살금살금 돌아다니며 사냥감을 물색했다. 서로 의논한 것도 아니었지만 본능적으로 우리보다 약한 아이를 찾았다. 기가 드센 아이거나 같은 학년이거나 우리보다 위 학년이면 안 된다고 느꼈다. 두셋이 뭉쳐 다녀도 안 되었다. 그러나 막상 찾으려고 들자 그런 여자아이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제 두 시 오십 분. 아직 내가 기다리는 아이는 오지 않는다. 약속은 세 시고, 나는 두 시 반부터 여기, 패스트푸드점에 앉아 있다. 햄버거와 감자튀김은 다 없어진 지 오래고, 펑펑 틀어대는 난방과 붐비는 사람들의 온기 속에서 반쯤 남은 콜라 잔은 이미 맺힌 물을 주룩주룩 눈물처럼 흘렸다. 입이 마르고 쓴데도 김빠진 음료수를 갖다 댈 생각은 들지 않는다. 흘러가는 분초가 등골을 콕콕 찔러대는 느낌이다. 흘러간 6년이. 6개월 전만 해도, 나는 별 걱정 없는 중3 남자아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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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새의 목소리
새의 목소리 송경아 1. 사라져가는 것들 엄마는 왜 인터넷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걸까.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세 시간째 나는 이런 의문을 곱씹고 있었다. 곱씹는다는 말만으로는 모자라다. 의문은 분하고 억울하고 막막한 마음과 불안과 공포와 섞인 채 뱃속에서부터 가슴으로, 목으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그 순간 누군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기라도 했다면 나는 부풀대로 부풀어 지쳐 버린 풍선처럼 그 자리에서 뻥, 하고 터져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려 주지 않았고, 아무도 내게 다정한 위로의 말 한 마디 건네주지 않았다. 그러자 그 덩어리는 부풀다 말고 제풀에 못 이겨 퍽석 주저앉으며 눈으로 비어져 나와 주르르 흘렀다. 결국 나는 고속 터미널 앞 벤치에 앉아 목구멍으로 끅끅 소리를 내며 눈물 콧물을 질질 흘렸다. 내가 생각해도 추한 모습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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