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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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빨래방 교실
수학 천재는 모를 수도 있지, 하며 천천히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넌 좋겠다. 수학 잘해서.” “별로.” “왜 별로야? 잘하면 좋지.” “이거 먼저 풀어 봐봐.” 수학 천재는 내가 문제 푸는 동안 돌아가는 세탁기와 문제 푸는 나를 번갈아 보았다. 빨래방은 조용했다. 위잉위잉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 푼 문제를 내밀자 수학 천재가 소곤소곤 말했다. “꼭 교실 같다.” “그러네. 빨래방 교실.” 우린 소곤소곤 몇 마디를 더 주고받다가 서로를 보고 큭큭 웃었다. “우리 할머니는 내가 수포자 될까 봐 맨날 잔소리해. 내가 너처럼 수학 천재면 우리 할머니 엄청 좋아할 텐데.” “나 수학 천재 아니야.” “수학 천재 맞잖아.” “남승우라고.” “난 구민진데.” “구민지 넌 좋겠다. 할머니가 네 걱정을 해주니까.” “걱정 아니고 잔소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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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추리문학의 세계 <1>
꿈에 그 수학 문제가 나타나고, 꿈속에서 해결법을 찾은 것이다. 바로 잠에서 깨어 꿈에서 푼 대로 공식을 대입해 보았더니 정말로 맞는 답이 나왔다. 그때의 신기한 경험 덕분일까? 내 첫 추리소설(저린 손끝, 1996)의 주인공인 박민기 순경 역시 수사가 미궁에 빠져 머리가 아플 때마다 수학 문제를 푼다. 취미로^^. 왜 추리소설인가? 영국의 저명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도 자신이 가장 즐겨 읽는 책은 추리 소설이라고 했다. 추리 소설의 마니아급 독자인 그는 마침내 추리 소설을 직접 쓰기도 했지만 자기 말대로 재능이 없어서인지 별로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그가 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가에 대해 간명하게 답하고 있다. ‘지적인 논리성의 재미’ 때문이라고 했다. 많은 추리 소설 평론가들은 다른 장르의 소설과 구분되는 추리 소설의 특징으로서 ‘지적 논리성’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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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이토록 고요한 소년의 나날들
소년은 여전히 한 달에 두 번 엄마를 만나러 갔으며, 수학 문제를 풀 때는 스톱워치를 눌렀고, 아침엔 우유에 미숫가루를 타서 마셨다. 소년은 늘 웃었다. “요즘, 어떠냐?” 속속들이 집안 사정을 아는 친구가 무언가 캐내려는 듯 물어도, “좋아.” 라고 대답했다. 아줌마의 어린 두 딸이, “오빠 엄마 예뻐?”라고 물어도 “응. 예뻐.”라고 대답했다. 어쩌다 아버지가 “그 집 고양이 잘 있느냐?” 해도 “예, 잘 있어요.” 하고 웃었다. 그때마다 엄마의 동거인이자 8살 어린 남자친구이며 자신을 고양이 발톱에 줄임말, ‘고발’이라고 불러달라는 남자가 떠올랐지만, 소년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혹시 불편한 점이 있으면 말해 줄래? 고치도록 노력해 볼게.” 아줌마가 물었을 때는, “아닙니다. 저는 없는데……. 혹시 불편하셨나요?” 라고 되묻기까지 했다. “아니야. 그런 거 전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