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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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민들레 문학특강 참여 후기]푸른 손수건, 혹은 고전적인 작별
아르바이트로 센터 설거지를 마치고 늦게 수현 씨가 합류했다. ― 세상바깥으로 튕겨져 나오다 보니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는 게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아요. 큰 키에 바짝 마른 수현 씨는 많은 말을 간직한 듯했다. 시간제 일이라도 꾸준히 이어지면 노숙을 벗어날 수도 있으련만 일자리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단다. 세상의 안과 밖. 그들은 자신들을 세상의 바깥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종강한 지 보름 남짓 지나 엷게 인상으로만 남은 얼굴들을 하나하나 떠올리자니 그동안 내가 천사들을 만나러 다닌 게 분명하지 싶다. 그들 중 서너 명은 앞니가 훤하게 빠져 있거나 송곳니가 빠져 있어 말할 때 손으로 입을 가렸던 게 생각난다. 강의실에서 그들은 더없이 온순한 모습이었다. 이전투구의 경쟁사회에서 간단없이 내몰린, 또는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온몸으로 살아내는 그들에게서 더는 밀릴 데 없이 밀려온 초식동물을 읽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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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세 죽음과 어떤 죄책감 : 백온유 『유원』
하지만 유원은 수현 앞에서 사고 당시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유원이 이를 남에게 자진하여 고백한 것은 처음이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만든 과거들을 자연스레 공유하면서, 그들은 함께 발을 딛고 설 공통의 현재를 마련해 갔다. 결국 삶 없는 삶을 넘어서기 위해, 과거로의 정박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유원에게 필요했던 것은 역설적으로 과거의 시간을 나눠 가질 친구였다. 그렇게 삶 없는 삶이라는, 유원을 사로잡았던 어떤 죽음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소설이 중반부를 지나면서 한 가지 비밀이 밝혀지는데, 수현이 사실은 유원을 구해 준 아저씨의 딸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유원이 직접 말해 주기 전까지, 수현이 특별히 유원의 과거에 관해 궁금해 하지 않았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수현 본인 역시도 그날의 사건과 가깝게 연결되어 있었으므로. 수현은 아버지 진석을 통해 유원에 관해 많이 전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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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오늘의 그래픽노블 이야기 3〉 – 공동의 작업, 사이의 장르 - 이동은 ‧ 정이용의 작품 세계
『환절기』의 수현 아버지는 외국에서 생활하며 가족과 남남처럼 지내다 수현 어머니에게 이혼 요구를 받고 곧 이혼한다. 『당신의 부탁』의 효진과 『진, 진』의 수진은 남편과 사별했다. 부모의 이혼이나 죽음으로 등장인물들은 청소년기부터 편부 혹은 편모 가정에서 지낸다. 『환절기』의 용준과 수현, 『당신의 부탁』의 종욱, 『진, 진』의 성민, 진아와 현아, 『니나 내나』의 미정, 경환, 재윤과 미정의 딸 규림까지, 이들은 결코 가족 안에서 행복감이나 안온함을 느끼지 못한 채 외로워하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자신의 삶을 수용하고 새 발걸음을 한 발짝 내딛는 계기 역시 가족이다. 『환절기』에서 미경은 결국 아들 수현의 연인이었던 용준을 아들처럼 받아들인다. 『당신의 부탁』의 효진은 사별한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종욱의 보호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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