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숙희의 미래
처음에는 숙희에게 반신반의하던 베테랑 아저씨들도 이젠 숙희가 현장에 찾아오면 오, 숙희! 하고 반갑게 이름을 부르곤 했다. 그게 마치 숙희의 이름이 오숙희, 인 것처럼 들려서 숙희는 그 인사를 좋아했다. 만약 5집 앨범이 발매된다면 그 앨범의 이름은 《오! 숙희》로 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숙희는 놀랐다. 다시는 음악을 만들지 않을 것이고 만들 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음악적 영감을 찾아 헤매던 때처럼 습관적으로 메모를 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숙희가 방심할 때마다 자꾸만 익숙한 기대와 헛된 희망이 끼어들었다. 그럴 때면 지금 하는 일에 더욱 매진했다. 미장은 쉬워 보이지만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시멘트 사이사이에 기포가 생기지 않게 잘 채워 넣어야 했고, 그런 다음에 표면을 매끈하게 닦아야 했다. 시멘트가 굳기 전에 쇠 날로 표면을 긁어내면 기분이 말끔해졌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익숙해지지 않는 현대인의 속성
나는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핸드폰 통화목록 속 단골인 아버지와 숙희 중 아버지에게 연락이 닿았다. 증상은 배변 실신이었다. 이는 모두 팀장에 의한 진술이다. 다행이야, 큰 병이 아니어서. 그나마 잘 됐지. 응급실까지 선뜻 동행한 팀장이 다독였다. 나는 어떤 스트레스성 질환이 습격해도 이상하지 않을 현대인의 속성을 가졌다. 응급차 속 팀장은 여러 경우의 수를 떠올렸는데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고혈압 끝에 배변 실신이 붙자 그것이 그렇게 앙증맞을 수 없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정밀 검사에서도 만성 변비와 기립성저혈압 외에는 별다른 질환이 없었다. 팀장은 뒤늦게 도착한 아버지에게 나를 인계했다. 병원에 다다르는 동안 팀장은 통화목록에 놓인 두 명의 이름을 보며 잠시 당황했고 당연히 가족이 낫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안도했다. 숙희와는 한 달 동안의 숙려기간을 가진 후 헤어지기로 한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