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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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민들레 시인
민들레 시인 장옥관 그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히브리어나 갑골문자 같은, 뜻을 풀 수 없는 말 매듭으로 묶어 보내왔습니다 그제 저물 무렵에 lйg 3ФБ t6yy 보내더니 다음날 늦은 밤에 ccxxe3 사흘 뒤에 다시 ??,* 벌벌 떨리는 손가락으로 타전했을 그 문자 달을 사타구니에 끼고 북으로 두드리던 그, 설마 남파 공작원은 아닐 테고 따에 엎드려 즐겨 들여다보던 노란 민들레에게 통신문을 보낸 건 아닐지 머지않아 몸 빠져나와 가야 할 별에 미리 전갈을 보내는 건 아닐지 우연히 흘린 뼈마디 새긴 말 엿듣는 봄밤 그가 타전한 전문으로 올 봄 민들레 화관은 더 둥그럿 피어오르겠지만 하양 씨앗 타고 올라갈 그 별의 이름은 파킨슨이라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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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나의 시인
나의 시인 민구 오늘은 너도 시가 된다는 것 너는 가장 달콤한 시라는 것 나는 제과점 앞을 서성이며 주머니 속의 동전을 만지작거리다가 케이크의 나라 초코와 라즈베리를 바른 도시를 가로질러 공항으로 간다 캄캄한 섬에 내려서 아무도 없는 상점의 유리창을 깨고 받으쇼, 탈탈 털어 동전을 내놓고 초를 꺼내서 불을 붙인다 비밀이 있다면 그것이 단 하나라면 오늘은 너도 시가 된다는 것 너는 가장 따뜻한 비라는 것 처음 만난 당신이 나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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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난쟁이 시인
난쟁이 시인 임곤택 당신, 난쟁이 시인 양편에서 쏘아진 화살처럼 바쁘게 오가는 당신의 왼편에 하이마트 미아점이 있고 오른편 노인들은 한 개비의 담배를 두 번으로 나눠 피우고 당신은 한 번의 빗질로 한 가지 생각을 한 가지 생각으로 한 번의 가을을 다 쓸어 담네 그리고는 총총 건널목을 건너지 양팔을 늘여 은행나무와 버스들을 한데 묶고 모자 속에서 흰 비둘기를 꺼내어 날리지 당신은 삽화 속의 인력거꾼 쏘아진 화살보다 빠르네 당신, 난쟁이 시인 새벽부터 쉬지 않고 킁킁거리거나 두리번거리는 당신의 장화 속에 빗자루가 꽂혀 있네 당신을 뒤쫓아서는 당신을 만날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