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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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녹스는 식물들
녹스는 식물들 신미나 바람도 없이 그네가 흔들린다 노란색 하품이 포물선을 그리며 멀어져 가면 두꺼비집 속으로 들어가 모래알갱이가 되었다 철봉을 잡았던 손바닥에 쇠 냄새처럼 이 저녁의 공기는 비리고 플라타너스 잎사귀 한 장 이끼 낀 미끄럼틀에 내려와 앉을 때 엄마가 다시 오지 않는 하늘에 기린 구름 자꾸만 모래가 고이는 신발을 벗고 코끼리처럼 커다란 두 귀를 펄럭이며 나는 시소, 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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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하얀 옷소매
하얀 옷소매 신미나 한밤에 누가 내게 전하는 기별이길래 얼굴에 머리카락 한 올 내려앉는 기척으로 귀 울림이 왔다 가나 글 모르는 친척들의 뒤주 속 같은 먹눈과 첩의 몸으로만 떠도는 비천한 조상들이 문 밖에서 손이 곱아 이를 부딪고 서 있는데 엄지손가락에 첫 실을 감고 얼마나 오래 끝 모르는 이야기를 덧감아야 발 없는 저들의 그림자 한 벌 지어 주나 언제쯤 내 귀의 동그란 품을 벗어나서 지문의 모양대로 회오리 일다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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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계속하는 시
계속하는 시 신미나 이 시는 한 점에서 태어난다 하늘 높이 높이 공을 던져서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아래로 아래 로 떨어지는 한 움큼의 진주알을 계단 아래로 던져서 토, 독, 토드드드득 구르고 타고 넘고 정지된 것과 움직이는 것 저항과 율동 사이에서 두 점을 찍은 선분의 양쪽을 잡아 늘여 직선이 되려는 집요한 운동 양쪽으로 한없이 길어지는 나아가는 화살표 눈에 보이지 않는 시는 기체 흐르면서 몸의 모양을 바꾸는 것은 언어 부피는 늘지만, 무게는 변함없는 시의 형식 비정형의 선 사선으로 내리다 원이 되는 빗물처럼 곧은 선이 굽은 선을 만나 반직선이 되고 다시 이어지는 만화경 속에 이윽고 눈의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