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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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음복의 밤을 지나 해피벌스데이투유 노래하는
음복의 밤을 지나 해피벌스데이투유 노래하는 신준영 어제는 당신을 위해 향을 피웠고 오늘은 당신을 위해 초를 태운다 향과 초의 시간을 통과하면 어김없이 아침은 와서 씨를 삼키고 씨를 뿌린다 수건을 접다가 수건을 접지 못하는 날들을 종일 떠올리게 되는 하루 너머의 하루 하루에 하루가 더해지면 하루에 하루가 사라지는 숨들의 명멸로 깨어나 다시 노래하는 순정의 아침이다 사르고 일어나는 불길이 우리를 여기 데려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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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신준영 옆구리를 스쳐간 두 개의 칼자국이 좋아 우리 중에 나만 아는 폐허 나만 만질 수 있는 어둠이 좋아 두 자루의 손목이 지나간 피의 길을 따라가 밤의 허리를 관통한 침묵의 총성이 좋아 우리 중에 나만 아는 골짜기 나만 통과할 수 있는 응달의 미래가 좋아 두 그루의 연필이 자라는 벼랑의 잠을 좇아가 우리들의 뾰족함이 밤의 귓불을 찢고 진주처럼 박히면 어쩌나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살아 발부터 젖는다 너를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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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포식자들
포식자들 신준영 바람은 날 선 송곳니와 푸른 입술을 가졌다 길고양이의 주검이 오늘 바람의 첫 끼니다 어제 죽은 습기의 심장을 길 위에 내다 너는 건 길짐승들의 오래된 습성 포식자의 뜨겁고 거친 혀 아래 오래된 습성이 뒤틀리며 말라 간다 말라서 가벼워진 심장은 맨발의 바람을 가볍게 들어 올린다 바람은 그물로 짠 위장을 가졌다 온종일 벽화가 그려진 동네의 남겨진 이야기를 먹고 아이들이 사라진 아파트 놀이터의 무료함을 먹고 뒷골목을 흔들리며 가는 취한 그림자의 혼잣말도 주워 삼킨다 쓰레기봉투를 뒤지던 길고양이가 하루치의 양식을 얻어 사라질 때 줄 없는 번지점프를 꿈꾸며 바람은 불 꺼진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선잠에 든다 삼킨 심장들을 되새김질하며 허기로 소생하는 이후의 하루,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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