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문장(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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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문장 > 문학집배원 > 시배달 정일근,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의 안광(眼光)이 등대처럼 빛나던 일을. 항구로 돌아오는 배처럼 지금 저기서 돌아오는 저이는 "너일 것이다!"라고 단단히 믿었죠.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그 자리에서 꼬박 하루를 기다린 적도 있지요. 굳은 갯바위처럼. 그것이 사랑의 전부인 줄 알았기에.대개는 외사랑이었지요. 끝내 마음을 귀퉁이처럼 접고 물러서야 했지만. 문제는 사랑에 대한 나의 기갈에 있었어요. 사랑은 바다처럼 가슴 넓은 이가 잘 한다는데 나는 그렇지가 못했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사랑은 파고가 높은 망망대해에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등 푸른 고래를 기다리는 일을 그만둘 순 없어요. 사랑을 기다리는 동안 사랑을 떠나보내게 된다 하더라도. 2009.8.3 문학집배원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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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문장 > 문학집배원 > 시배달 정일근,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의 안광(眼光)이 등대처럼 빛나던 일을. 항구로 돌아오는 배처럼 지금 저기서 돌아오는 저이는 "너일 것이다!"라고 단단히 믿었죠.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그 자리에서 꼬박 하루를 기다린 적도 있지요. 굳은 갯바위처럼. 그것이 사랑의 전부인 줄 알았기에.대개는 외사랑이었지요. 끝내 마음을 귀퉁이처럼 접고 물러서야 했지만. 문제는 사랑에 대한 나의 기갈에 있었어요. 사랑은 바다처럼 가슴 넓은 이가 잘 한다는데 나는 그렇지가 못했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사랑은 파고가 높은 망망대해에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등 푸른 고래를 기다리는 일을 그만둘 순 없어요. 사랑을 기다리는 동안 사랑을 떠나보내게 된다 하더라도. 2009.8.3 문학집배원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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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문장 > 문학집배원 > 시배달 김안, 「유령림」
시인은 비가 내려도 젖지 않은 “하얀 유령림”들이 여기저기 생기고, 별조차 “죽은 개의 안광”처럼 빛을 뿌린다는 우울한 소문을 전합니다. 문학집배원 장석주 ▶ 출전_『오빠생각』(문학동네) ▶ 음악_ 권재욱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김태형
글틴(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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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시 시선
어둠 속 빛나는 섬칫한 안광 주시하는 시선의 끝에 서있는 아름다운 선 선을 긋는 날카로운 소리 공중에는 벗꽃잎이 흩날리고 시선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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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시 공명
하나 둘, 꺼진다 아파트 빛과 함께 주민들의 안광(眼光)들이 이 무렵이면 켜져 있지만 다시 켜지는 듯, 사금같이 영롱한 몇몇 네모들 잠들지 않은 자들의 기개같이 울린다 모르지만, 어딘가 알았던 것 같은, 옆에 같이 늘어섰었던 피아노줄과 같이 초면들은 녹턴을 눈가에 머금는다 어둠, 그것을 훌쩍 삼킨다 넓지 않은 아파트 골짝에 공명이 굼실댄다 검은 파동의 밭고랑에 희끄무레한 씨앗이 졸린듯 묻힌다 낼 눈뜨면 마주칠 햇빛을 배젖 삼아 우리도 일어나 살아가야지 셋 넷, 꺼진다 공명은 밤하늘 거문고자리에 걸어 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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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시 바실리
저격수의 호흡이 멎자 세상도 멎었다 방아쇠를 당기는 수간, 새빨갛게 또하나의 세상이 터져나갈 것이다희생자의 죽음에 바친 것은폭발 이전의 단 두 호흡 뿐이었다망자에게 바친 그 찰나에얼마나 많은 생각이 교차하였나이미 수십의 생이 덧없이 꺼졌어도여전히 그는 굶주린 늑대다수없는 망령이 깃든 땅 그의 두 눈에광기어린 붉은 안광이 서렸다그가 떨군 적의 투구 수만큼훈장이 살인면허처럼 가슴 팍에 붙어평생을 기생할 것이다, 흉물스레명예의 탈을 뒤집어 쓰고아, 바실리 매의 눈이 번뜩였다툰드라의 한풍이 또 다시 멎었다이곳은 춥고 냉혹한 세랭게티광포함을 내재한 사자의 안광,어김 없이 숨을 아낀다, 단 두 호흡방아쇠가 비명을 지른다귀곡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