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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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도현 형을 좀 놀게 해줍시다
도현 형을 좀 놀게 해줍시다 김병용 1 지난겨울, 안도현 형을 알고 지내던 지인들에게 동시에 한 통의 메일이 배달되었다. ‘나는 항복합니다’로 시작된 안도현 형의 메일은, 앞으로는 대중 문학 강연이나 추천사 등등 일체의 문단 활동을 하지 않겠으니, 자신을 좀 편하게 내버려 둿으면 좋겠다는 간곡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메일을 읽는 내내 나는 마음 곳곳이 편치 않았다. 어쩌면 안도현 형으로 하여금 저와 같이 메일을 쓰게 한 주범 중의 하나가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1990년대 이후 이러저러한 사유로 전북의 문학판 혹은 그 이상의 ‘문학 사업’에 간여했던 나는, 안도현 형 이름을 곶감 빼 먹듯이 자주 빌려 쓴 사람이었다. 더 몰염치했던 것은 기왕 이렇게 이름이 나가게 되었으니 이름값(?)을 하셔야 한다며, 그 많은 행사 판에 불러들이기까지 했던 것이다. 2 지난 초봄, 형의 구이 작업실에 주말을 틈타 몇몇 후배들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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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책방곡곡] 경기 꿈틀책방(제2회)
김보영 : 대중에게 알려진 것 외에 안도현 시인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고 그분의 시집은 처음 읽었는데, 왜 저는 안도현 시인의 시에서 선생님 같은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삶의 밑바닥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퍼 올린 시가 좋은데, 뭔가 틀이 느껴지더라고요. 가르쳐주려고 하는 느낌도 들고, 너무 세련된 거 같기도 하고. 좀 어려웠어요. 곽민희 : 몇 편의 시에서는 저도 비슷한 걸 느꼈어요. 시를 읽은 독자에게 여지를 남겨 주면 좋겠는데, 시인이 결론을 내버리는 것 같은. 사회자 :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곽민희 : 시집에 나와 있는 안도현 시인 프로필이 단 두 줄이라는 것과 연결되지 않을까요? 언제 태어나서 지금 뭐 하는 사람인지만 단 두 줄로 써놨잖아요. 그만큼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평생 시를 쓰고 가르쳐 온 사람이라는 걸 강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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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별서(別墅)
별서(別墅) 안도현 배롱나무가 손을 연못에 담가 물을 퍼 올리네 연못에는 발목을 끌어당긴다는 소(沼)가 있지마는 나무는 매끈하게 몸을 씻고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네 천지에 초록을 펼쳐 놓은 다음 홍등을 내걸고 불이 꺼지면 다시 등을 분주히 달면서 부풀어지네 저 백일 붉다는 꽃에게도 사나흘은 파란이 있었으리 한 꽃이 수면에서 뛰어올라 가지 끝에 달라붙네 그러자 또 한 꽃이 덩달아 따라 뛰어오르느라 연못에는 발 딛는 꽃들이 찍어 놓은 발자국들이 왁자하네 때로 번개가 찢어진 수면을 꿰매려고 달려들었지마는 가련하고 무례하고 성의 없는 호통은 밀쳐 두었네 평생 꽃을 달고 싶으면 꽃자루나 되라지 나는 연못을 움켜쥔 저 배롱나무의 밑동처럼 봉당에 널브러져 비천하게 늙어 갈 궁리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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