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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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상실의 형식(3)
무언가를 잃고, 체념하고 그래도 여전히 계속 걷고 있는 서로를 비추면서 말이다. 1) 김보경, 「재생되는 사랑, 재생하는 이야기」, 『방어가 제철』, 자음과모음, 2022, 133쪽. 2) 안윤, 「달밤」, 『방어가 제철』, 자음과모음, 2022, 30~31쪽. 이 글에서 다루는 안윤의 소설은 「달밤」, 「방어가 제철」, 「만화경」(『방어가 제철』)과 『남겨진 이름들』(문학동네, 2022)이다. 이후 인용 시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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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하지 夏至
하지 夏至 안윤 캠핑 의자가 도착했다. 폐업 선물이라며 지언이 보낸 것이었다. 아니다, 귀향 선물인가? 지언의 메시지에 나는 키읔을 연달아 세 개 보내려다 지워버렸다. 사람이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크크크, 흐흐흐, 그건 좀 아니지 않아? 언젠가 막걸리 집에서 지언이 감자전을 젓가락으로 찢으며 그렇게 쏘아붙였을 때 나는 그 말이 나를 향한 게 아니라 명현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걸 정확히 알아들었으면서도 속으로는 뜨끔했다. 나 역시 웃기는 말이 아닌데도 대답이 궁할 때면 습관적으로 키읔을 찍어 보내곤 했으니까. 그 후 지언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면 신경이 쓰였다. 내가 별 의미 없이 크크크 웃을 때마다 지언이 혹여 명현을 떠올리는 건 아닐까 싶어 조심스러웠다. 지언이 보낸 우는 얼굴 이모티콘 뒤에 답을 보냈다. 거창하다, 귀향이라니. 그럼 폐업귀향 선물인 걸로 해. 택배 상자를 뜯었다. 지언에게 인증사진을 보낼 요량으로 캠핑 의자를 조립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