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소설의 피로
[에세이] 소설의 피로 양지예 노엘 갤러거의 무대를 보며 음악가가 부럽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 그의 젊은 시절 방황하던 경험과 더불어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한 여인에 대한 곡이다. 노래는 발표한 지 삼십 년 가까이 되어 가고 무대 위 머리 희끗희끗한 노엘 갤러거에게서는 이제 방황 따윈 느껴지지 않는다. 연주자와 합을 맞추는 모습이 흥겨울 정도다. 아련한 원곡의 분위기 역시 세월을 따라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편곡을 입었다. 음악은 어떻게 나에게 올까. 일단 누군가 곡을 쓰고 발표해야 한다. 청자인 나는 플랫폼을 통해 음원을 감상하거나 드물게 전통적인 방법으로 앨범을 사기도 한다. 음악가에게는 다른 홍보 방법도 있다. 대중음악가라면 뮤직비디오를 찍어 유튜브에 업로드하거나 음악방송에 출연하기도 한다. 때로는 음악과 관계없는 방송이나 행사에도 출연하는데, 이런저런 이해관계가 얽혀 있겠지만 역시 주는 새 노래 홍보를 위해서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겨울나그네 발굴단
작가소개 / 양지예 1984년생. 동국대학교 법학과 졸업. 202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문장웹진 2021년 08월호》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가드를 올려요
가드를 올려요 양지예 월요일 출근 지하철에 이현은 용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제일 좋아하는 구석 자리 좌석이었다. 이어폰을 꽂으려 고개를 들었을 때 맞은편에 앉은 노인이 급히 시선을 돌렸다. 이현을 훑어보던 눈치였다. 까끌까끌해 보일 정도로 머리를 짧게 자른 왜소한 남자. 이현은 아무 일도 없는 듯 스마트폰에 무선 이어폰을 연결했다. 괜찮았다. 진심이었다. 언제인가 눈이 마주쳤는데도 시선을 돌리지 않는 사람과 마주 앉은 적도 있었다. 노인 여성 한 명, 중년 남성 한 명. 이현 쪽에서 시선을 먼저 돌린 후에도 이현에게 고정되어 있던 두 시선. 지금 생각해 보니 전혀 닮지 않은 두 사람은 꼭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서른 인생에서 스쳐 지나간 수천수만의 사람 중 단 둘뿐이었는데도 기억에 선명했다. 두 번 모두 이현은 목적지에 닿기도 전에 낯선 역에서 내려야 했다. 어김없이 지하철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내리는 사람 없이 타는 사람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