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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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언덕
언덕 박준 저녁 찬거리는 있냐는 물음에 조금 머뭇거렸습니다 민박집 주인은 턱으로 언덕 채마밭을 가리킵니다 나는 주인에게 알부민 양철통을 재떨이로 쓰고 계시던데 혹시 간이 안 좋으시냐 물으려다 말고 언덕을 올랐습니다 근처에 분명 고추밭이 있을 것 같은데 언덕에서 헤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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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물의 언덕
물의 언덕 곽효환 자궁을 닮은 거대한 호수 그러나 그 위에 세운 고대 도시 아스텍의 기억은 물의 흔적을 잃어버린 물의 언덕 위에 있다 몇 백만 년 전 커다란 양철독수리가 하늘 위를 빙빙 배회하고 그 뱃속에서 붉은 고원으로 쏟아져 나온 언어 이전의 삶을 산 사라진 사람들 바람의 방향을 따라 물의 비탈을 따라 산 밑의 마을로 더 큰 마을로 작은 도시로 큰 도시로 더 큰 도시로 갔다가 마침내 다시 물의 언덕 위의 신전으로 돌아오다 어디일까 수십억 광년의 침묵이 고였다가 맨 처음 물로 흐른 물의 언덕은 그 기억의 형해만 남은 물의 신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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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겨울 언덕 이후
거울 언덕 이후 남수우 엎드려 우는 사람의 목덜미를 짚으면 거울이 묻힌 언덕 위였다 그 언덕에서 얼굴을 비춰 보다 화들짝 놀라 내려왔다 그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이에 부딪쳤는지 이마에 붉은 반점이 찍혀 있고 한 쪽 눈이 따가웠다 눈동자에 남은 실금들은 검은 돌이 박힌 얼음 호수인 듯 그 틈을 비집고 산란하는 빛들이 엎드린 목덜미를 환하게 뒤덮는데 나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영문을 모른 채 눈을 깜빡였다 그가 엎지른 장면이 이미 그를 저만치 앞질러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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