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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연극 에세이] 소소한 연극에세이
[연극 에세이] 소소한 연극에세이 - 프롤로그 정유정 ‘클릭’ 한 번이면 전 세계인들을 감동시킨 영화나 TV드라마를 볼 수 있고, ‘터치’ 한 번이면 이동하면서도 실시간으로 웹 드라마를 볼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다. 그런데 연극을 보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격식을 갖춘 옷을 입고, 공연 시작 10분 전에 극장 안에 도착해서 지정된 자리에 앉아서 작품을 볼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평소에 연극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희곡을 읽고 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요즘은 시설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소극장은 여전히 다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의자에 앉아 80분 이상의 드라마를 보기 위해 신체의 불편함도 감수해야만 한다. 연극이 가진 매력을 모르고, 공연관람 체험이 없다면 디지털에 익숙해진 세대들은 더 이상 연극을 보러 극장을 찾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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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여행 에세이] 이 또한 여행
[여행에세이] 이 또한 여행 - 2005년 가을, 파리 양재화 10년 전, 나는 스물세 살이었다. 그해 여름부터 겨울까지 런던에서 어학연수(를 빙자한 신선놀음)를 했다. 런던이 처음 밟은 외국 땅이지만, 실상이야 어떻든 보통 드럼통만한 이민가방을 끌고 (학생비자 입국심사를 위해)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들고 떠나는 걸 ‘여행’이라고 부르진 않으니까, 내 기억 속 ‘첫 해외여행’은 같은 해 가을에 갔던 프랑스 파리라고 할 수 있다. 난생처음 홀로 떠난 여행이 한가을의 파리라니 꽤 근사하지 않은가, 라고 나는 정말 쓰고 싶었다. 애초에 ‘우아함’과 ‘여유’를 모토로 한 파리 여행이었다. 계획은 이랬다. 하루에 박물관이나 미술관, 유명 건축물은 한두 곳만 다니고, 천천히 센 강변이나 뤽상부르 공원을 산책하고, 유서 깊은 카페에 가서 카페오레를 마시거나 멋진 물건을 파는 가게들을 구경하자. 하루는 교외로 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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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안개와 잡담-사운드에세이0
[단편소설] 안개와 잡담 -사운드에세이0 김태용 11932년에 만일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면 나는 십만 살이 될 것이다- 백남준 오 조약돌이여 그렇지 않은가- 프랑시스 퐁주 서사평형 상태를 유지할 것. 우리가 무엇을 쓸 때 무엇을 쓰지 않을 수 있을까. 음악 같은 이야기가 있다. 음악 같은 이야기는 음악과 같은 이야기가 될 수 없고 음악과 같아지는 이야기로만 가능하다. 음악과 같아지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 나는 음악 속에 빠져 있다. 음악 쪽으로 몸이 기울어지고 있다. 머리에 연결된 초감도 자극기를 통해 음악이 몇 겹의 막처럼 흘러내린다고 상상해 보자. 경미한 두통이 토성의 고리처럼 머리 껍질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돌아가고 있다. 불투명한 음악의 막에 덮인 채 굴곡이 고르지 못한 레코드판 머리가 되어 앞뒤를 구분하지 못하고 움직이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음악이라기보다는 미약하게 이어지는 소리의 늘어짐 같기도 하다. 어떤 소리들은 음악을 불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