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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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나경
뒤편에 연우 오빠가 있었다. 나서기 좋아하는 그는 그날따라 입을 꾹 닫고 어른들이 서로 인사하는 양을 지켜만 봤다. 교인들과 함께 영정 앞에 서서 손을 모아 기도했다. 연우 오빠가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언니가 밤마다 연우 오빠를 만나러 나갔어요.” 어른들 간의 위로는 내 말 한마디에 멈췄다. 여러 시선이 내 쪽으로 쏠렸다. 나는 내가 아는 모든 걸 증언해야 했다. “둘이 만나서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요. 언니는 오빠를 좋아했어요. 오빠가 하자는 건 거절하지 못하고 전부 했을 거예요. 그리고 오빠는 지옥에 가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알아요.” “정신 나갔어? 꿈꿨냐? 찾아오신 분들한테 무슨 실례야?” 엄마가 벌게진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어쩌면 엄마는 언니의 자살이 본인 때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가출하기 전 언니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러나 두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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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연우 쌤은 친구라고 했잖아. 정인이 꽁꽁 언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뭔가 묘하게 찜찜했으나 그녀의 체온이 내 손바닥으로 옮겨 오는 동안 마음이 누글누글해졌다. 동물병원을 겸하는 펫 숍은 밖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컸고 얼핏 눈에 띄는 직원만도 다섯 명이 넘었다. 정인은 이런 사람들과 일을 했겠구나, 생각하다가 연우 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연일까? 우연이 아니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물어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고슴도치 용품을 들고 멀뚱히 서 있는데 정인으로 착각했던 그 남자 수의사가 다가왔다. 그는 내게 고슴도치를 길러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웃음 띤 얼굴로 톱밥을 얼마나 어떻게 깔아야 하는지 변은 어떻게 치워야 하는지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고는 내게 명함을 내밀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전화 주세요. 집으로 와 물을 담은 작은 접시를 우리 안에 두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보니 물그릇이 엎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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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사춘기여, 안녕
우리도 어렸을 때는 다 연우 같지 않았습니까! 그 때 우리가 비정상이었나요? 장애인이었나요?” “시대가 바뀌면 기준도 달라집니다. 연우는 지금 정상이 아니에요. 우리학교에서 시술을 받지 않은 유일한 학생이니까요. 이게 연우의 교우관계와 학습성취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아시잖아요.” “세상이 비정상인 겁니다. 어떻게 부모들이 아이들 뇌를 갈라 공부하는 기계로 만드는 세상이 정상입니까?” “그래요? 생각해보죠. 삼십 년 전만 해도 여자들은 한 달에 며칠 동안 생리에 시달리는 게 정상이었죠. 지금은 매달 먹는 에메네롤 한 알로 모든 고생이 끝납니다. 그럼 밖으로 나가서 길가는 여자들에게 더 이상 에메네롤에 의지하지 말고 정상인이 되라고 외쳐보시죠.” 나는 속으로 웃었다. 에메네롤과 월경 이야기를 꺼내면 남자들은 할 말이 없다. 아빠라고 예외는 아니다. “시술은 아이들을 좀비로 만들지 않아요.” 교장은 그 틈을 노려 잽싸게 공격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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