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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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나경
뒤편에 연우 오빠가 있었다. 나서기 좋아하는 그는 그날따라 입을 꾹 닫고 어른들이 서로 인사하는 양을 지켜만 봤다. 교인들과 함께 영정 앞에 서서 손을 모아 기도했다. 연우 오빠가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언니가 밤마다 연우 오빠를 만나러 나갔어요.” 어른들 간의 위로는 내 말 한마디에 멈췄다. 여러 시선이 내 쪽으로 쏠렸다. 나는 내가 아는 모든 걸 증언해야 했다. “둘이 만나서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요. 언니는 오빠를 좋아했어요. 오빠가 하자는 건 거절하지 못하고 전부 했을 거예요. 그리고 오빠는 지옥에 가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알아요.” “정신 나갔어? 꿈꿨냐? 찾아오신 분들한테 무슨 실례야?” 엄마가 벌게진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어쩌면 엄마는 언니의 자살이 본인 때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가출하기 전 언니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러나 두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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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애프터 이미지
애프터 이미지 연우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차 밑에서 죽은 고양이를 봤다 친구는 늘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팔을 괸 채 창밖 바다를 보며 오기로 한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며 나의 얼굴은 상상 속에서만 정확히 떠올릴 수 있는데 도화지 위로 옮기는 순간 전부 흩어져 버린다고 했다 친구는 지우개 가루를 가리키며 얼굴은 사실 이런 것이라고 했다 내가 죽은 고양이를 볼 때 친구는 죽은 고양이의 미래를 볼 것이다 흙에 스며들고 하수구 밑을 흐르다 봄비가 되어 내리는 쓰러진 가로수의 뿌리로 되돌아가기도 하는 친구가 기다리던 사람들의 발끝에 겨우 닿은 길이 되기도 하는 미래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그것을 큰 비닐에 담아 흙에 묻었다 아니면 투명한 방탄유리 벽 너머에 박제하자고 기계처럼 견고하게 만들자고 사라지는 것들에게서 들리는 망가지는 소리는 무서우니까 쇠로 적힌 일기와 겨울바람 새어 나오는 악몽을 납땜하면 안전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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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Topography
Topography 연우 큰사람이 되렴, 어려서부터 어른들이 걸었던 아름다운 주문 주름은 온몸 되어 나는 정말 큰 사람이 됐고 몸이 이렇게 자라다니…… 칫솔로 이를 긁으면 잇몸에서 흐르는 모래 더 커다란 샤워기가 필요해 발치에서 개미들 수근거린다 길을 달리면 검은 뒤통수의 개미들, 끝없는 굴 속으로 도망친다 내가 재난이라니! 팔과 다리가 매일 아침 한 뼘씩 자란다 방에서 나와 걸음을 떼면 엄마가 종이비행기처럼 접힌다 펴지지 않는 선분 신비로운 보랏빛 무늬가 돋아나는 엄마 등도 온통 주름 축축한 솜처럼 누가 뭉쳐다 버린 구름처럼 엄마 여전히 바닥에 누워 계신다 눈을 마주치고 싶어서 몸을 접는다 두 번 네 번 여덟 번 (왜 더 접히질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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