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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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게릴라성 폭우
일행인 채란이 방마다 돌아다니며 입안에 프로폴리스를 분사해 주고 면봉에 인후염 항염 액체를 찍어 콧속을 소독해 주었다. 일행들은 누구 하나 거부하지 않고 채란의 지시에 따랐다. 인상을 쓰며 콧속 깊숙이 면봉을 넣고 입을 한껏 벌려 목젖까지 소독했다. 헛구역질이 올라와도 기꺼이 응했다. 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할 정도로 콧구멍을 쑤시고 몇 번의 토악질이 올라오도록 목젖을 소독했다. 이곳에서 코로나를 맞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시국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욕을 먹더라도 어떻게든 내 집에서 당해야 한다는 그 생각만 했다. 로비에는 일행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하고 있다. 어쩌면 이 정부도 코로나바이러스가 나오는 불상사를 면케 하기 위해 출국자에게 가벼운 진단키트를 사용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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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미투
염은 도움을 주고 그 대가를 지불받는 데 길들여진 사람이었다. 염은 민이 유명해지자 민에게 대가를 받을 일만 남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염은 회원들 앞에서 민에 대해 성토하기도 했다. 알맹이만 빼먹고 자기 창작만 하겠다는 이기적인 회원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그러나 민의 주장은 달랐다. 민은 염에게 그동안 어떤 빚도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염이 언론매체에 자신을 소개해 준 것은 자신의 가능성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했다. 염 정도의 위치에 있는 임원이라면 마땅히 회원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때 홀 안으로 염이 갑자기 들어왔다. 나와 봐! 염이 말했다. 몇몇 사람에게 들릴 정도로 그리 큰 소리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염이 민에게 나오라고 말하는 순간,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가 밖에서 날아든 돌멩이에 맞아 산산조각 난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처럼 들었다. 나는 최근에 염과 민의 관계에 대해 민감해져 있었다. 염은 분명 평소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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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연극배우-진솔한 삶의 이야기로 우리를 위로하는 사람
‘염쟁이 유씨’는 어떤 연극인가요? =염이라는 것은 ‘죽음’이라는 ‘부분’에서 마지막으로 하는 절차에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죽음을 보내는 사람, 즉 염쟁이의 이야기예요. 평생 동안 수많은 사람을 저 세상으로 보내면서 느꼈던 감회나 소회 같은 것들을 때로는 재미있게 때로는 진지하게 관객들과 이야기하는 연극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진 위는 연극 '염쟁이 유씨' 속 한 장면> ‘염쟁이 유씨’에 남녀노소 없이 다양한 관객이 관심을 갖는 이유를 뭐라고 보시나요? =글쎄요, 재미있으니까 오시겠죠. 단순히 가벼움만 추구하는 세태 속에서 이 연극은 가벼우면서도 진지한 삶의 이야기를 꺼내요. 가볍지만 한편에선 깊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이 점이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최근 연극 소재들의 경향과 비교해 볼 때, 선생님의 이 번 연극은 어떤 차별화된 점들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