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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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나의 반려 시
틈틈이 엽편 소설을 쓰기도 했다. 하루에도 몇 권씩 시집을 내리읽었고, 버지니아 울프나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처럼 당시에는 이름도 낯선 해외 작가의 책을 사서 읽기도 했다. 친구와 나는 서로가 쓴 시나 산문에 대한 감상도 제법 진지하게 나누었다. 함박눈을 따뜻한 밥풀로 표현한 것이 좋았다거나 스웨터의 보풀로 마음에 이는 슬픔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이다. 친구와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그런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다가 헤어지면 아주 조금씩 내가 쓰고 싶은 시의 윤곽이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시 쓰기에 빠져들었다. 문장을 쓰면 내 안에 있는 줄 몰랐던 장면이 나타나고 그것을 끝없이 적어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내가 문장이라는 공을 주고받으며 함께 나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써 나가다가 고치고 싶은 게 있으면 새 종이를 꺼내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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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반복되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이곳에는 2016년에 쓰인 작품(「예지5」, 「비 오는 거리」)과 2025년에 쓰인 작품(「입생로랑 낭떠러지」, 「위리」)이 함께 놓여 있으며, 소설의 분량 역시 엽편(「변신」)에서 중편(「비 오는 거리」)까지 제각각이다. 그러나 나는 이 아홉 편의 소설을 중요하게 새기고 싶다. 왜냐하면 이들은 그야말로 십 년에 걸쳐 이어져 온 색소폰 연주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단편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십 년 동안 김엄지가 발표한 거의 모든 단편들은 산산히 부서졌다. 그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분해되어 어떤 상징적 공간 속으로 함몰되거나, 특정한 건축물을 세우기 위한 재료로 활용되었다. 그 모든 파괴와 창조의 혼란 속에서 오직 이 아홉 편의 소설만이 생존하여 두 번째 소설집에 실린 것이다. 어쩌면 이 소설들은 도래한 김엄지의 세계를 안내하는 최초의 가이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소설집을 펼치는 순간 잠복해 있던 아홉 편의 소설이 지하에서 기어 나와 세계를 걸어 다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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