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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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제2회 민들레예술문학상 최우수상_수필]방과 일
왼손잡이 다 됐다. 한쪽이 힘이 없으니 잘 넘어진다. 70살이 넘은 누나도 몸이 많이 아파 거동을 잘 못하신다. 추석날 조카들과 손주들이 오는데 부끄러워서 밖에 나왔다.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몸을 회복해서 일을 하는 것이다. 나는 요리를 많이 배웠다. 음식점에서 일도 했다. 함박스테이크 돈까스 비후까스 카레라이스 오무라이스 다 만들어 봤다. 요리자격증 따려고 18년 동안 인천에서 시험을 쳤으나 떨어졌다. 그렇지만 음식을 잘하니까 인정을 해줬다. 식당 일과 관련해 내겐 잊을 수 없는 아픈 추억이 있다. 경양식 집 웨이터로 있을 때 여자를 만났다. 나는 웨이터이고 그녀는 웨이트리스였다. 둘이서 만나 정이 들어 살붙이고 살다 아들을 낳았다. 그날 저녁 잠이 들었는데 이상한 소리가 났다. 애엄마가 젖을 달라고 울 때가 된 아이가 울지를 않아 애를 안고 젖을 물리는데 애가 숨을 안 쉰다는 것이었다. 아기를 안고 바로 병원으로 뛰었다. 심장결막증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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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보르헤스의 e-book 도서관
중세 시대에도 왼손잡이 기사가 더 좋은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성을 공격할 때 필요하니까. 도서관의 계단이 시계 방향의 나선형인 이유는 누구로부터의 공격을 대비한 건지 의문이다. 적을 알아야 지킬 수 있을 텐데. 도서관을 지키는 기사는 나밖에 없다. - 자네의 적은 시대일세. 보르헤스는 그렇게 대답할 것 같다. - 저는 잘 순응하는 사람인데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계단을 오른다. 한 층 올라가는 데 5분 정도 걸린다. 몇 번이나 실험해 봤는데,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30초 정도 더 걸린다. 중력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추측만 하고 있다. 심리적인 이유인지도 모른다. 나선형 계단은 비효율적인 디자인이지만 도서관에는 더없이 잘 어울린다. 세상에 책보다 비효율적인 매체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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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포스트(post)의 운명·2
내가 죽도록 훔쳐보고 싶은 건 바로 나예요 자기 표정은 자신에게 가장 은밀해요 원치 않는 시점부터 나는 순차적으로 홀홀히 눌러붙어 있네요 아버지가 만삭 어머니 배를 차고 떠났을 때 난 그녀 뱃속에서 나도 모를 표정을 나도 몰래 지었을 거예요 어머니가 그런 아버지 코를 닮은 내 매부리코를 매일 들어 올려 돼지코를 만들 때도 그러다가 후레자식은 어쩔 수 없다며 왼손으로 내 머릴 후려칠 때도 나는 징그럽게 투명한 표정을 지었을 거예요 여자에게 술을 먹이고 나를 그녀 안으로 들이밀었을 때도 다음 날 그 왼손잡이 여자에게 뺨을 맞았을 때도 내가 궁금해한 건 그 순간을 겪는 나의 표정이었어요 은밀하고 신비해요 모든 나를 아무리 잘게 잘라도 단면마다 다른 표정이 보일 테니 나를 훔쳐볼 수만 있다면 눈이 먼 피핑 톰(Peeping Tom)이 소돔 기둥이 돼도 좋아요 거기, 거울을 들이밀지 마세요 표정은 보려는 순간 간섭이 생겨요 맑게 훔쳐보지 않는 한 - 김상혁, 「정체」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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