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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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특집 에세이_사랑의 정치, 사랑의 윤리] 사랑 섹스 그리고 우정에 관한 몇 가지 고백
스킨십을 한다는 것 자체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친밀감, 우정 어린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들에겐 조금 이상하게 비쳐졌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내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친구라고 하기에는 좀 더 깊고 애인이라고 부르기엔 아주 짙지는 않은 미묘한 경계의 언저리에서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고 염려해 주는 눈빛과 배려하는 보살핌과 어루만짐이 자주 오가다가 어느 날 아주 자연스럽게 같이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차를 마시듯 섹스를 하게 됐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된 섹스는 오히려 굉장히 도발적이고 격렬했다. 짜릿짜릿한 쾌감이 온몸을 쓱 훑고 다닐 때면 나도 모르게 탄식이 새어 나왔을 정도였으니까. 사랑에도 정치가 있고 윤리가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섹스는 사랑의 정치와 사랑의 윤리 앞에 온다. 사랑의 감각과 사랑의 의지 앞에 있다. 사랑의 종류에도 동지애나 정치적 연대, 우정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떤 경우의 섹스는 이 모든 것을 초월하여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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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지독한 우정
사랑, 그까짓 게 다 뭐야, 사랑 없으면 어때…… 나는 다만, 어머니 품에 안겨서도 습관처럼 염소 울음소리 같은 엄마아 소리만 연발했을 뿐이다. 그 순간에도 구수한 짚벼늘 냄새는 내 코끝을 간질이고 있었다. 나는 그래서 나중에도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혹시 엄니가 죽을 결심을 그만둔 것은 나 때문이 아니고 그 푸근하고도 구수한 짚벼늘 냄새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없는 외갓집은 적막했다. 특히 어둠이 짙어지면 그 적막을 가로질러 오는 발자국 소리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나를 꼭 끌어안고 고슴도치처럼 몸을 웅크렸다. 어느 날, 저벅거리며 다가오던 발자국 소리가 문 앞에서 딱 멈추었다. “낼 우시장에 소 팔아줄게.” 소 장수는 소를 팔아서 소값을 주지 않았다. 얼마 후에 돼지 장수가 왔다. 돼지 장수 또한 돼지값을 주지 않았다. 염소도, 닭도, 강아지도, 고양이도 누군가들이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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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숨겨진 보물 같은 책 이야기]아이가 되어, 머무는 공간!
사랑, 믿음, 우정, 정의와 같은 진부하지만 영원불변한 가치들을, 진부하지 않게 열린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래서 『작은 책방』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은 좋은 인물과 나쁜 인물을 구분하지도, 우리에게 ‘이렇게 살아라’라고 교훈하지도 않는다. 소설이 아닌 동화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바로 ‘어린아이의 시선’이다. 여기서 ‘어린아이의 시선’은 어린이의 수준으로 쉽게 쓰였다거나 유치하고 단순한 이야기라는 이해의 층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를 습관화된 시선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고 상상하면서 세계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최초의 아이처럼. 파블로 네루다는 칠십의 나이에, 그것도 세상을 떠나기 전 묶었던 『질문의 책』이라는 시집에서 이렇게 묻는다. 왜 거대한 비행기들은 자기네 아이들과 함께 날아다니지 않지? 어떤 노란 새가 그 둥지를 레몬으로 채우지? 왜 사람들은 헬리콥터들이 햇빛에서 꿀을 빨도록 가르치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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