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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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노래할 차례
노래할 차례 윤은성 선언했던 이들이 집 밖으로 나서고 있었다. 나를 위해 기도해 줘. 그리고 함께 이야기하자. 법정에 서기 전이었다. 소들이 편안해 보여. 떨고 있는 그에게 속삭였다. 내가 한 말들이 미래에 관한 건지 짐작에 불과한지 묻지 않은 채였다. 그는 벌금형을 받았다. 소들이 자면서 서로에게 나직한 노래를 불러 주는 것을 그가 사는 마을에선 평범한 축복으로 여겼는데 작은 언덕과 초원들이 벌써 많이 사라지고 있었다. 가장 노래도 잘하고 돈도 잘 벌어다 주는 소들이 택해지면 모두 얼어붙거나 울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 끔찍했어. 서로의 눈과 귀를 가려 주다 가도 우리는 다시 얼굴을 들여다봤다. 그때도 노래를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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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비단길앞잡이
비단길앞잡이 윤은성 여기만 지나면 마을이 나온다고 그가 말한다. 터널 안에서. 우리를 지나치고 있는 생각들 안에서. 빛. 따갑다. 우리는 드러날 것이다. 안전 운전을 믿는 만큼 서로의 웃옷을 나눠 입고. 아이의 형상에 또 다른 아이의 형상을 겹치면서. 그가 다리 위에 서 있다. 내가 그의 사진을 찍어 준다. 빛. 날벌레들이 달라붙는 오후. 그의 뒤로 조깅하는 커플이 천천히 사라진다. 굴뚝. 연기. 그을음이 인 것 같은 얼굴. 목이 탄다. 시기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이사를 한 적이 있다. 아마도 그가 도와주었겠지. 내가 혼자서 마칠 수는 없었을 테니까. 그는 광장을 배회하고 돌아오곤 했다. 나도 같이 가자고 말한 적 있었는데. 군중에 섞여서. 옳은 것이 있었고. 여기만 지나면 한 번도 발 디뎌 본 적 없었던 마을이. 이분. 백일하. 다시 계속되는 터널. 우리가 우리라는 공기로 덮일 수 있었을까. 해가 지게 될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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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양남
양남 윤은성 그렇게 시작된 도망이었다고 여자는 눈을 맞추지도 못하고 누구의 앞에 서 있는 것인지 염두에 두지도 못하고 그저 컵을 손에 쥐고 말을 하기 시작한다 겨울에 멈춰 있는 그녀의 옷장과 앉기도 전에 재가 되는 의자에 대해 손을 대면 불에 타오르는 책상과 창틀 남아 있지 않은 필기구들에 대해 손을 놓친 적 있는 어린 연인에 대해 * 사악한 기분들이 있다 나무들의 음산함 비슷한 풍경이 반복되는 고속도로 어딘가 다 헤아리지 못한 거짓말이 있을 것 같은 대낮 나는 내가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났는지 모른다 그저 그녀의 풀린 머리칼과 슬리퍼를 신은 발을 목격했을 뿐이다 차창 밖으로 외딴 집들이 드물게 지나가고 있다 본 적이 있는 그녀가 내게 왔었지 불어 있는 얼굴이었는데 무언가 꼭 물을 것이 있는 얼굴이었는데 * 지금 나는 물이거나 그림자 그녀를 껴안거나 그녀를 뒤따를 수 있다 먼 곳으로 그녀를 데려다줄 수도 있다 지금 나는 깊은 겨울 숲 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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