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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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능소화
낭송 : 윤재철 출전 : 윤재철 시집 『능소화』, 솔,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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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폐타이어를 끌고 달리는 아이를 보며
폐타이어를 끌고 달리는 아이를 보며 윤재철 야구부 연습장 담벼락엔 누군가 ‘미쳐야 이긴다’ 크게 써 붙이고 다른 친구들 투구 연습도 하고 배팅 연습도 하는 저쪽 한구석에서 너는 허리에 끈 매달아 폐타이어 끌며 달리고 있다 전력질주해서 달려갔다가는 전력질주해서 달려오고 수도 없이 달려갔다가는 수도 없이 달려오고 항시 네 엉덩이 뒤에 매달려 있는 폐타이어 왜 달려야 하는가를 묻는 것은 아니다 단지 슬플 때가 있다 즐겁게 미쳐야 미칠 수 있을까 고통스럽게 미쳐야 미칠 수 있을까 즐겁게 미쳐야 이길 수 있을까 고통스럽게 미쳐야 이길 수 있을까 아마 네 근육이 프로 시장이나 대학에 팔려도 팔리지 못해도 나는 슬플 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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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학교 매점
학교 매점 윤재철 하루 종일을 학교 울 안에 갇혀 수업 시간에는 꼼짝없이 의자에 앉아 조을건 몰래 무협지를 읽건 하던 놈들도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떼지어 경주마처럼 매점으로 달려간다 싸구려 햄버거건 치즈빵이건 스넥류건 하나씩 입에 물고 콜라니 주스니 깡통 음료 돌려 마시며 왁자지껄 행복한 웃음 양푼에 보리밥 열무김치 고추장에 썩썩 비벼 배 터지게 먹고도 돌아서면 배고프던 시절 사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먹어도 먹어도 늘 배고픈 나이 핸드폰을 늘 손에서 놓지 않고 귀에는 늘 엠피3이니 뭐니 꽂고 사는 허전한 아이들이지만 매점은 사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 쉬는 시간이면 왁자지껄 공부보다 즐거운 공부보다 평등한 장이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