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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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음악 없는 마음
음악 없는 마음 이지아 땀이 비 오듯 살고 싶다. 창문에 가득한 감시, 땀이 비 오듯 헉헉거리며 내 열정을 식혀 줄 음악 없이도, 내 키가 더 작아지고 피부도 좀 더 줄어들고 발음도 더 힘들어져 내 뒤에 아무것도 없이 흥얼흥얼 악마들이 나를 위로해 줄 합리적인 변명도 없이 거리를 뒹굴던 바람을 주워 마시고 땀이 비 오듯 나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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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음악의 도움 없이
오빠는 어떤 음악 좋아해? 음악? 오빠가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뭔 음악? 여진이 옆에서 물었다. 있잖아, 음악이…… 그거래.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는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둘의 시선이 동시에 내게서 멈추었다. 왜 저래. 그게 뭔데? 나는 답을 하지 못한 채 배를 부여잡고 꺽꺽대며 웃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속이 부대끼고 몸에 힘이 빠졌다. 나는 웃음을 멈추었다. 갑자기 입안에서 본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내 얼굴을 보고 있는 둘의 표정이 굳어졌다. 얘 완전히 갔네. 여진이 말하는 순간 나는 공장 밖으로 튕겨지듯 뛰쳐나와 하수구에 주저앉아 토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따라 나와 등을 두드려 주었다. 눈알이 뻐근해질 정도로 토악질을 하고 겨우 일어섰는데 뒤에 오빠가 서 있었다.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그 표정을 보자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나 오늘 엄마 봤어. 오빠는 미간을 찌푸렸다. 뭘 봤다고? 엄마. 우리 엄마 말이야. 목 매달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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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당신의 밤과 음악
당신의 밤과 음악* 윤성택 이어폰을 나눠 끼듯 갈라진 나뭇가지 사이 단풍나무를 돌아보고는 하였다 시들도록 서럽게 물들어 가는 잎잎이 환한 창마다 문자처럼 찍혀 있었다 계절을 탕진하고 더 이상 매달 것도 없는 그런 밤은 더욱 어두워서 외로웠으나 몇 굽이 넘어가면 잊어 간다는 것도 다만 아득해지는 그믐 속이었다 바라볼 때마다 낯설어지는 내면은 때때로 다른 기류로 이어지고 우리는 조금씩 다른 표정의 날이 많았다 손에 쥔 것을 끝내 놓아 주는 나무 아래 아무 말 없이 흩어지는 앙상한 길들, 막다른 겨울이 되어서야 무리를 이루었다 그 저녁에 고정된 나무들을 무어라 해야 할까 하늘이 흐리면 마음은 멀리까지 기압골을 그렸다 * KBS 1FM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