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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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절취선
절취선 이린아 나는 절취선에서 나왔지만 다시 절취선을 열고 들어가려 했다. 그것은 가로지르는 체념, 오른손의 협조. 점선인 척 숨어 있는 직선에 차 한 대가 신호에 걸려 멈춰 서 있다. 세로의 가장 큰 위험은 가로의 속도. 차를 탄 엄마가 직진을 했는데, 분명 우리는 쉼 없이 달리고 또 달렸는데, 누가 탯줄에 절취선을 그어 엄마를 우두둑 끊어 놓았을까. 우리는 그냥 절취선이었을까? 태어나는 행위는 한참 후에 알게 되는 일. 내가 죽는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의 일 안과 밖으로 엄마가 나를 덧대었지만 일직선마다엔 노을이 아물어 가고 웅크린 칼날이 들어있고 따끔거리는 점선이 기어 나왔다. 허파를 시침질하는 예비동작 나는 더 큰 종이를 찾아 연필을 쥐지 않은 손목을 꽁꽁 묶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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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거짓말
거짓말 이린아 희망하는 것들을 거울에게 몽땅 들켰을 때 너와 나 둘 중 누가 깨져야 하니. 우리는 지금 거울에 들킨 거니? 마주 보는 것들은 믿을 수 없어. 거울 속 반대를 약속장소에 내보낸 거니. 나의 거울에 묶어 둔 네 왼뺨이 내 오른뺨이라 우기면서 우리는 얼룩말의 붕대를 풀어 각인刻印을 새긴 거니. 딱 반만 붕대를 감고 있는 얼룩말을 보러 거울 속 동물원에 갔었지. 한 번도 트럼펫 소리가 나지 않는 트럼펫 피시를 잡으러 바다에 갔었지. 트럼펫 피시의 오해와 아말감의 이빨 자국과 서로의 미간을 들이키고 얼룩을 풀어 얼룩말을 놓아 주었지. 네 오른 쇄골과 내 왼 쇄골은 찰나의 장소일까? 아가미에서 흘러나온 유리 방울로 헐떡이는 우리는 다른 지느러미를 보았지. 문門 띄엄띄엄 낱말로 생을 겨우 받치는 단어 사이에 사사로운 이야기를 우겨 넣은 연필자루가 민망한 날. 녹슨 지우개로 발목을 지우고 대신, 종이에 꾹꾹 남겨진 협곡은 안전한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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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익명대담 4회 : 추천 ― <젊은 작가들이 사랑하는 선배들의 시 ‧ 소설> 특집
참여 시인 및 소설가 / 김복희, 문보영, 안태운, 이린아, 이설빈, 이소호, 이원하, 이희형, 최지인, 최현우, 김봉곤, 김효나, 민병훈, 송지현, 임국영, 임현, 우다영, 원재운, 정지향, 천희란. (가나다 순) 《문장웹진 2019년 0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