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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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당신이 보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민하 시인이 "남루한 모국어를 벗고"(이민하, 「누드비치」) 난 후에 우리가 볼 수 있는 것,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묻고 있듯이 재현의 논리에 길들여지지 않은 낯선 언어는 그 자체로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2 '누드비치'란 말은 어쩐지 온전한 자유를 향유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이국적 장소를 떠올리게 한다. '나체 해변'으로 바꿔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누드비치'라는 말에서 풍기는 황홀한 나른함은 금방 사라질 것만 같다. (사라진다니, 무엇이? 본 적이 없는 세계가 사라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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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합창단
낭송 : 이민하 출전 : 이민하 시집 『음악처럼 스캔들처럼』, 문학과지성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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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시간이 멈춘 듯이
시간이 멈춘 듯이 이민하 달리던 기차에서 와르르 얼굴들이 쏟아지듯이 저녁 길에 터져 버린 과일 봉지에서 굴러가 버린 동그란 것들을 어디선가 불쑥 알아볼 수 있을까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손을 적신 단물이 빠질 때까지 새벽의 대합실에서 토요일의 거리에서 기다림이 꽉 찬 빈방에서 낡은 가방을 들고 벌을 받듯이 고자질을 한 입이 다물어지지 않듯이 끝난 겨울과 시작되는 겨울이 불을 끄고 마주 앉아서 일 년을 혀로 핥았는데 녹지 않는 케이크라면 그 위에 꽂혀 있는 플라스틱 꽃불들은 누구의 피켓일까 아니면 눈물일까 눈앞에 떠 있는 눈송이가 공중에 매달려 내려오지 않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