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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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바르트 : 스타카토, 레가토 그리고 사랑
바르트는 이 탯줄을 다시 이을 수 있었을까? 아도르노의 말을 따르자면, 우리가 위대하다고 평가하는 많은 예술가들(이론가들)에게서는 ‘말년의 양식(Spaetstil)’이라는 게 존재한다. 생의 말기에 이르러 기존의 형식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그 모습이 드러나는 이 말년의 양식 안에서는 이전의 작품들과 단호히 분절되는 특별한 무엇이 발견된다. 예컨대 베토벤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들의 경우, 평생 영웅적으로 지켜졌던 베토벤의 고전주의적 의지는, ‘마치 단단히 움켜쥐었던 주먹이 가만히 손을 펴는 것처럼(Th. 아도르노, 『베토벤의 말년의 양식』)’, 그 엄격함을 버리고 가볍고도 부드러운 열린 형식의 자유로운 선율로 방향을 바꾼다. 그런데 베토벤만 아니라 바르트에게서도 그런 말년의 특별한 징후들이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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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그리하여 밤이 밤을 밝히었다
이것이 문학의 발견"39)이며, 끝날 수 없는 우리의 싸움이다. 34) 아감벤, 위의 책, 77~78쪽. 35) 아감벤, 위의 책, 86쪽(역주7)에서 재인용한 「철학적 고고학」(아감벤, 『사물의 서명』)의 한 부분. 36) 아감벤, 위의 책, 74쪽. 37) 프리드리히 니체, 김정현 옮김, 『선악의 저편 · 도덕의 계보』, 책세상, 2002, 133쪽. 38) 김수영, 「봄밤」 부분, 『김수영 전집1: 시』, 민음사, 1981, 133쪽. 39) 모리스 블랑쇼, 위의 책, 52쪽. 작가소개 / 이선우 2006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 「신화의 죽음과 소설의 탄생」으로 등단. 《문장웹진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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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실러캔스
사실 이 시간, 노인이 있어야 할 곳은 308호가 아니라 일요음악회가 열리고 있는 대연회장이다. A동과 B동 사이에 있는 대연회장에서는 실버타운의 입주자를 위한 각종 이벤트가 2주 간격으로 치러진다. 모두 실버타운의 입주자인 노인들을 위한 것이다. 오늘 공연은 꽤나 이름난 지휘자가 이끄는 오케스트라와 몇몇의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불참 의사를 밝힌 것은 308호 노인뿐이다. 박 주임은 음악회가 실버타운 측의 무료이벤트임을 노인에게 거듭 설명해야 했다. 노인은 바쁘다고 했다. -참 내. 공짜라는데도 꿈쩍을 안 하셔. 보아하니 잘난 아들집에서도 평생 손에 물마를 날 없이 살았을 양반이야. 이런 지상낙원에서도 일이라니, 지겹지도 않나. 308호 노인은 실버타운이 생긴 이래로 가장 저조한 이벤트 참석률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