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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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이상우
이상우 - 『두 사람이 걸어가』의 원리와 논리1) 홍승택 『두 사람이 걸어가』의 서술 방식에 대하여 옛날에 본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한 스파이 영화2)에서는 스파이가 상대방과의 대화중에 탁자 위에 올려놓은 물 컵이 귀중한 도청 장치가 되는 장면이 있다. 컵 속 물의 진동은 스파이 측 정보 센터로 이어져 상대방의 정보를 얻게 한다. 상대방 목소리의 진동이 물의 진동으로 바뀌고, 그러나 그것으로 청각적 정보만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초음파처럼 상대방의 생김새를 비롯해서 그 공간의 모습까지, 시각적 정보까지 알 수 있게 한다. 이 장면은 상상력이 동반된 것이지만 시각적 정보든 청각적 정보든 모두 파동이라는 점에서 근거가 충분하다. 이상우는 시각, 청각, 촉각 등 서로 다른 매개를 필요로 하는 감각들을 한 문장 안에서 결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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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추리소설의 세계 <4>
이가형, 문용, 장백일, 황종호, 권일송, 이상우, 유명우, 현재훈, 노원 씨 등이 주요 멤버로 참여하면서,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모두가 추리에 심취해 한때를 보냈다. ‘미스터리 클럽’의 멤버들은 지금도 종로 1가에 있는 ‘운정’이라는 음식점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모임에 동참하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그 집의 안 주인을 ‘미스터리의 여왕’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모임은 실제로 작품을 쓰지는 않는 말글대로 애호가들의 모임이었다. 이 모임은 1980년대 들어 <최후의 증인>으로 한국일보 장편 소설 부문에 당선된 작가 김성종 등이 합세하면서 추리작가협회로 발전했다. 대부분이 영문학자이며 미스터리 마니아들이었던 이들은 새로운 외국 작품을 두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대개가 고전파 소설들이었고 일본의 최신작도 심심찮게 거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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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순문학이라는 장르 소설
정지돈, 오한기, 이상우 이제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별다른 설명 없이 ‘후장사실주의자’라고 쓸 수 있게 된 작가들이 우선 그렇다. 2010년 이후 문단에 등장한 이들은 명백히 배수아, 김태용, 한유주, 정영문 등으로 대변되는 한국 문학의 한 흐름 아래에 있다. 사건을 전달하는 이야기로서의 소설이 아닌 다른 어떤 것으로서의 소설을 보여주려는 그들의 시도는 늘 유효하지만, 때때로 지독한 실패를 동반하기도 한다. 후장사실주의자들을 지켜볼 가치가 있다면 그 실패를 긍정하고, 오히려 실패하기 위해 쓴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작가들은 최근에 첫 소설집을 발간했는데, 하나같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어떤 문학적인 것, 문학성이라는 관념을 상정할 때 그것이 종잡을 수 없이 모호하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후장사실주의자들은 매번 문학성과 싸운다. 정지돈, 이상우, 오한기의 소설집은 그런 투쟁의 기록이며, 그래서 문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