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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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나는 시간을 조금 옮겨 다녀야겠다
나는 시간을 조금 옮겨 다녀야겠다 이새해 얼음이 모서리를 버리기 전에 매미가 매미를 벗기 전에 도심의 강한 빛에 이끌린 철새들이 대형을 바꾸기 전에 옛날이야기 들려주던 고모가 이불을 개어놓고 방을 나가기 전에 휴대전화를 쥔 할아버지가 아스팔트 도로 위를 뛰어다니기 전에 신발이 거실을 떠다니기 전에 젖은 보도블록이 곳곳에서 일어서기 전에 내 목덜미를 끌어안던 손이 침구 위의 어둠을 놓아주기 전에 청소차 소리가 들리기 전에 몇 걸음 뒤가 낭떠러지인 줄도 모르는 아이들을 달려가 낚아채기 전에 나는 죽으려면 아직 한참 남았잖아 들뜬 목소리로 말하던 아이가 한참을 이해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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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모조 얼음
모조 얼음 이새해 나쁜 생각이 너를 빠져나와 나에게 들어오려는 것을 보자 안락의자에 걸터앉아 이쪽을 노려보는 선생의 분노를 보자 제 방인데요, 말하는 순간 창틀 넘어 도망치는 선생의 꽁무니와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의 침착함을 보자 여긴 내 방이야 네가 경고한다 선생이 놓고 간 비닐봉지 속에는 신선한 식재료가 섞여 있다 소금, 붉은 양파, 레몬즙과 올리브유 조금 생선살을 조각냄으로써 나는 세비체를 완성한다 완성은 네가 좋아했던 것 세비체는 우리가 공유했던 것 너는 봉지에서 얼음 하나를 꺼내 보인다 진짜보다 투명한 아크릴 모조 얼음 한 조각 모조는 올려놓기에 좋다 테이블 위에 혓바닥 위에 꿀꺽 삼키는 척했다 뱉어도 그대로여서 좋다 너는 빈 유리잔에 모조 얼음을 넣고 가볍게 흔들어 본다 그 잔을 나에게도 건넨다 할 말이 남았다며 돌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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