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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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감, 감감
감, 감감 김진완 당신 산에 묻던 날 설핏, 돌아본 하늘 노을이 제 몸 열어 감, 낳더라 소슬한 저승 알 밴, 감 하나 낳더라 놀빛 감을 보면 아득해지는 거 그건 그렇게, 나만 아는 까닭이 있어서다 이승은 마냥 떫어 낮술로 헹구는 몸 붉어진 눈길 닿는 곳마다 노을만 첩첩 광장시장 좌판에서 굴러 떨어진 감 주워든다 흠집 난 저승에 입술을 대고 그대 안부 묻는다 거기서도 여기가 감감 아득하다고. 이승 품은 감 하나가 안개 속에 오래 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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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세이렌의 초상①]벌거벗은 채 서있는 흑발 소녀
이승은 속박이야. 사후에 사람들은 내 그림을 재평가하겠지. 어느 미술관에서나 내 그림을 볼 수 있을 테지.” 할머니 집에 돌아가니 엄마도 와 있었다. 엄마는 이 저녁까지 어딜 싸돌아다니다가 왔느냐는 꾸지람도 없이 옥수수 한 자루를 내미셨다. 가방에서 닭이 그려진 티셔츠를 꺼내 입어 보라고 하셨다. “내일 집에 가자.” “왜?” “집에 가서 학교 가야지. 곧 개학인데 방학 숙제도 해야지.” “안 갈래.” “얘는 제 아빠 닮아 삐딱해 가지고…….” 나는 아빠 닮았다는 말을 들으면 늘 구렁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벽에서 구렁이가 튀어나왔다. 커튼 뒤에는 여자애들이 허벅지를 내놓고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저씨가 팔레트에 소금을 치고 팔레트가 빨개질 때까지 불에 달궈서 나에게 먹으라고 강요했다. 화들짝 놀라서 눈을 떴다. “잠꼬대하는 버릇도 여전하네. 엄마! 얘 요샌 자다가 안 돌아다녀요? 그거 몽유병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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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파티의 끝
작가소개 / 이승은 1980년 출생. 2014년 단편소설 「소파」로《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수상. 2016년 대산창작기금 수혜. 《문장웹진 2018년 0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