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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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나는 왜 참관기] 두번째이자 마지막 '나는 왜'
이영주 시인님께 지목된 것이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시를 골랐다. ‘빛으로 걸어가 빛이 되었다’였다. 나는 좀처럼 바다를 보기 힘든 곳에 산다. 그래서 시에 바다가 나오는 게 좋았고, 내 감성에 알맞았고, 활자의 모양이 부드러워 보였다. 낭송하기 전까지 꽤 긴장해 있었는데, 이영주 시인님께 걸렸다. 이제니 시인님 앞에서의 낭송이라 조심스러웠다. 겨우 낭송을 끝마쳤다. 예쁜 시니만큼 역시 읽는 데 실패하지 않았다. 이영주 시인님께서 짝사랑하고 있는 소년의 감성 같다고 해주셨다. 지금 나의 처지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나. ‘나는 왜’는 재미있었다. 하루 전부터 거제도에서 올라와주신 이제니 시인님께 감사했다. 오히려 이제니 시인님께서는 청주에서 올라온 나를 신경 써 주셨다. 뒤풀이 장소는 이번에도 ‘똥고집’. 일부러 저녁도 거르고 왔다. 나는 이제니 시인님의 맞은편에 앉게 되었다. 같은 테이블에는 대학원생 한 명이랑 시를 습작하는 동생 한 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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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김경주’라는 조각퍼즐
첫 시집이 발간된 뒤 그와 인터뷰해본 모일간지 기자 말마따나 그의 말은 관계를 스스럼없이 만들어주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내 우주에 오면 위험하다”(「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고 말하며 그는 슬며시 우리를 경계한다. 그의 우주로 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할까. 안현미 첫 시집 출간을 축하는 술자리에서 시인 이영주가 울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김경주가 이영주의 우는 곁으로 와서 함께 울었다. 이영주가 수술을 하느라고 혈액형 검사를 했더니 서른 해 넘게 B형으로 알고 있던 혈액형이 AB형으로 판명돼, 같은 B형이라고만 여기고 있던 김경주가 이영주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만나는 사람들마다한테 억울함을 호소하던 게 그 전이었는지 그 후였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날 그들이 왜 울었는지는 여태 의문으로 남아 있다. 하긴 그날 사건이 많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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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미운 정이 무섭다더니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미운 정이 무섭다더니 강지혜 나는 운동이라면 질색에 팔색을 더한다. 그런 내가 최근 몸을 움직이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째서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때는 바야흐로 작년 가을, 홀로 여행을 떠난 것이 그 시발(始發)이었던 듯하다. 작년 10월 중순, 영주에서 시작하여 경주에 들르고, 부산과 제주를 찍고 돌아오는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결혼 이후 오랜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인지라 나는 매우 들떠 있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여행 가방을 챙겼고, ‘첫 번째 시집에 들어갈 원고를 정리하겠어!’라는 원대한 꿈도 품었다. 옷가지와 세면도구, 두툼한 원고 뭉치와 필통, 이동 시 읽을 시집을 몇 권 챙겼고, 그리고…… 챙기고야 말았다. 크루저 보드. 당시 그걸 구입한 지 한 달이나 되었을까? ‘타면 얼마나 탄다고 그걸 산다고 난리냐. 일주일 타면 많이 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