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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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민기
민기 이용옥 청년이 다가왔다. "민기?" 그렇다는 말에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린다. 작은 키에 마른 체구. 거기에 검은 마스크까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카페에 들어선 후, 차를 주문하자는 내 말에 민기는 프랑스제 생수통을 내민다. 당분이 든 차는 이와 대사질환에 안 좋고 유당은 소화기에 안 좋단다. 허브차는 괜찮지 않느냐는 권유조차 한사코 거절하며 청년은 생수 한 모금을 마신다. 빠른 말투에 떨어뜨린 시선, 이 청년이 내 기억 속 그 아이가 맞는 걸까. 민기는 눈이 반짝이는 아이였다. 아이는 그 초롱한 눈으로 무엇이든 오래 바라봤다. 운동장에 나가서도 뛰고 달리며 게임에 열중하기보다는 개미나 풀꽃을 바라봤고, 그런 날 그 애 그림일기에는 개미가 줄지어 기어가고, 풀꽃의 여린 잎이 연둣빛으로 하늘거렸다. “영식이 때문에 고생했다며?” 차 한 모금을 마신 후, 나는 오래 담아뒀던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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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아들이 물었다
아들이 물었다 이용옥 아들이 물었다. "제가 악입니까?" 악이라니,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귀한 아들이 악이라니! 놀란 어미에게 아들은 강화길의 소설 <음복>을 읽었다면서, 자신이 살아오면서 주변 여인들에게 해악을 끼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남자로서 자신이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행한 적 없는 폭력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물은 것이다. 그 상황에서 난 쉽게 '아니'라고 답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남자이자 내 귀한 아들은 대한민국의 여자이자 내 사랑스런 딸에게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해를 끼친 적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음복>은 주인공인 ‘나’가 시댁 식구들 사이의 갈등 구도를 들여다보며 가정 권력의 역학관계를 파헤친 소설이다. 시할아버지 제사에 처음 참석한 ‘나’는 제사상에서 ‘토마토가 올라간 소고기 찜’이라는 낯선 음식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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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아름다운 시절
아름다운 시절 이용옥 마른 나뭇가지 사이를 서성이는 바람에 훈기가 묻어있다. 나는 얇은 외투에 벙거지 하나 쓰고 집을 나선다. 익숙한 곳은 익숙해서 반갑고 낯선 곳은 낯설어서 새로운 우리 동네 여행. 신발 끈만 묶고 나서서 찾아가는 고샅고샅이 정겹다. 양재천을 따라 내려간다. 작년에 누군가가 천변의 나무들을 다 베어버렸지만 그래도 갯버들 군락지에 새 가지 하나쯤 돋아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무작정 찾아가는 길이다. 먼발치서 보니 물가에 희부연 뭔가가 보인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다가갈수록 분명한 모습. 가지마다 조로롱 달려있는 회백색 털꼬리들, 버들강아지다. 말라버린 나무둥치 사이로 자라난 새 가지들이 제법 어우러져 탐스런 버들강아지를 피워내고 있다.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가지를 낸 여린 식물의 의지와 눈 위 바람에도 지지 않고 때를 맞춰 피어난 봉오리가 대견하다. 나는 중얼거리며 휴대폰 카메라로 버들강아지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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