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저승새
저승새 이원규 벽오동 검푸른 문수골의 밤 누가 자꾸 돌을 던지나 날아도 꼭 변화무쌍한 유인구처럼 날아와 아주 가까이 호랑지빠귀가 운다 봉창문 아래서 밤마다 이미 죽은 첫사랑을 부르듯 휘이이 퓌이이 겨드랑이 속을 파고든다 속지 마라 홀리지 마라 저 울음소리는 이승의 소리가 아니다 온몸의 솜털이 자꾸 한 쪽으로 쏠린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유마경
유마경 -물의 가족 이원규 감나무에 비 오시니 물비늘 반짝 헤엄치는 이파리들 감잎은 섬진강 참붕어요 방앗잎은 꺽지 어름나무 잎은 첫날밤의 각시붕어 이따금 벌 나비 새들이 안부를 물으면 물고기도 꽃이다 혼인색의 선남선녀들 오색 비눗방울을 날리는데 뒷집 할머니 어린 새끼들을 데불고 등 굽은 헤엄을 치는 동안 할아버지는 죽어 바위가 되고 밤마다 할머니는 그 바위 밑에 알을 낳는다 처마 끝에는 낚시 바늘을 입에 문 풍경 소리 돌담을 넘다가 멈칫, 비가 그친 것이다 불면의 감나무 가지마다 물비늘 반짝이는 물고기 떼들 연목구어의 아침이 오면 저마다 하나씩의 낚시 바늘을 물고 백내장의 두 눈을 들여다본다 단 한 사람이라도 경악하며 몸부림치는 순간 일제히 팽팽해지는 낚싯줄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슬픈 기도
슬픈 기도 이원규 공중화장실 벽에 몰래 쓰고 암실 같은 다방 커피 잔 속의 각설탕을 녹이며 티스푼으로 그 이름을 썼다 최루의 거리에선 온몸 혈서의 깃발로 허공에 쓰고 만리포 백사장과 지리산 실상사 허허 눈밭에선 발자국 발자국들을 이어서 쓰고 지리산 둘레길 850 리를 걷고 걸어 겨우 한 글자 거대한 동그라미를 그리며 바람이 불 때마다 팽팽한 활이었다 화살이었다 비로소 내 이름을 쓴다 남원 곡성 구례 하동 섬진강변을 달리며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을 타고 전국 오지의 잊혀진 비포장 길 위에 내 이름을 쓴다 산길 둑방길에 처박고 나자빠지며 자음 ㄱ자에 발목을, 모음 ㅠ자에 어깨를 다치며 산마을 강마을 2만 리를 걸어도 지구 일곱 바퀴 거리를 질주해도 대체 무슨 불립문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그저 아무런 뜻도 없으려니 나이 쉰을 바라보며 주문처럼 슬픈 기도처럼 전국지도 위에 비뚤비뚤 내 이름을 쓴다 단 세 글자의 길, 다 걸으려면 다시 석삼년은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