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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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비대칭 인간
작가소개 / 이은정 쓰는 일에 진심인 전업 작가. 소설집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문장웹진 202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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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비평 포스트–메모리, 빚 없는 세대의 빛 : 박솔뫼, 최은영, 이미상의 소설을 중심으로
아직 끝나지 않은 기억이 이미 종결된 역사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를 잇고 현재와 미래를 잇는, 과거의 사건을 현재의 질문으로 바꾸어 내고 현재의 질문을 미래의 과제로 이어 나가는 연결된 기억의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 Marianne Hirsch, 『The Generation of Post Memory : Writing and Visual Culture after the Holocaust』, Columbia University Press, 2012. 2) 이은정. (2022). 포스트 메모리 세대의 아우슈비츠 이미지 – 영화 <사울의 아들>과 재현 논쟁 -. 인문학연구, 61(1), 217-251. 3) 이은정. (2022). 포스트 메모리 세대의 아우슈비츠 서사와 윤리 – 영화 <사울의 아들>과 윤리적 초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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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유령 가족
유령 가족 이은정 남편이 진짜 죽을 줄은 몰랐다. 진짜 죽을 작정인 사람들은 죽고 싶다는 말을 흘리고 다니지 않는다. 유서를 사표처럼 재킷 주머니에 넣어 다니는 사람들은 정작 그것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주의한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을 때나 취기에 담배 개비를 꺼내 들 때와 같이 마침내 혼자일 때만 유서의 무게를 직감한다. 남편의 옷에서 유서를 발견할 때마다, 그 내용을 읽을 때마다 나는 안심했다. 두서없이 쓴 일기 같았다. 스스로 무게를 감지하고 가슴팍에 넣어 둔 한때의 다짐에 다시 손을 댈 만한 무게가 아니었다. 그러니 나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걱정도 하지 않았다. 남편은 자살할 위인이 못 되었다. 어쨌거나 남편은 죽었다. 팬티만 입은 채로 어느 아파트 베란다에서 추락하였다. 우리 집이 아닌 다른 아파트 주차장에서 속옷만 입고 눈은 희멀겋게 뜬 상태로 발견되었다. 영안실에 놓인 남편의 시신을 확인했을 때, 슬픔보다는 깊은 절망이 먼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