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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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매화꽃 바이러스
매화꽃 바이러스 이정원 섬진강이 뒤척인다 꿈틀, 돌아눕는다 겨울잠 털고 서서히 흔들리는 지느러미에 물비늘 튄다 비늘 꽂힌 자리에서 번져나는 반점들 길목마다 헐었네요 산자락마다 열꽃 피네요 저 하얀 배냇짓 아무도 다스릴 수 없다네요 어지럼증에 멀미까지 겹쳐 뭉글뭉글 밥알 게워내고 있으니 명의라 한들 속수무책! 그냥 지켜보라네요 열꽃 옮겨 붙을까 염려하지도 말라네요 얼굴에 반점 몇 잎 핀다 해도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응어리 터진 것, 누대에 걸쳐 도지곤 하는 가족력이라네요 몸 구석구석 꽃잎 백신 탁본하고 나면 올 한 해 가슴앓이병 없이 거뜬할 거라네요 봄의 처방전엔 매화꽃 암향(暗香) 질펀히 찍혀있다 다압마을 지나다 얻어온 풍토병, 앓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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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화암동굴을 읽다
화암동굴을 읽다 이정원 첫 페이지부터 서늘하다 어둠이 서식하는 냉혈의 혈맥 점자처럼 짚어 가면 늑골에 핀 상형문들 도드라져 달려 있다 어둠이 부화시킨 글자들 캄브리아기 지나 백악기 지나 내 전생 어디쯤서 잠시 마주쳤을지도 모를 그때를 읽는다 나는 저 공룡의 야무진 발톱이었는지도 몰라 돌거북의 눈물 한 방울이었는지도 돌꽃은 피고 지는 일 한 찰나라 아예 굳은 채로 피고 말았는데 돌칼을 가는 옛남자의 아낙이었었는지 나는 곰곰 구부린 남자의 등만 보면 꽃피고 싶어진다 화암(畵巖)이든 화엄(華嚴)이든, 책갈피마다 서리서리 감도는 바람은 패가 많다 축축한 풍경의 목록을 정하는 것도 바람의 일 금맥을 패로 쥐고 책장 넘기다 어떤 페이지엔 금가루를 슬쩍 흩뿌려 놓았다 금박 압축파일들은 부동의 띠로 벽화를 새겼다 칩거에 든 한 권 책을 읽는다는 건 봉인된 시간을 해체하는 것 마리아의 묵상기도나 부처의 결가부좌를 들여다보는 것 억년 묵혀온 갈필의 행간을 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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