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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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앉기
앉기 이준규 앉았다 일어났다 다시 앉는다 밖은 어둡고 안은 밝다 그러나 곧 안팎이 없다 그것은 분노하고 있다 유리 안에 스미는 눈빛과 다른 빛 조금 어색하고 조금 넓다 그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다가 다시 거꾸로 하다가 물건 하나를 물건 위에 놓는다 그는 숨쉬고 있고 땀 흘린다 어떤 행동을 하기도 한다 화분에 물주기 다리를 올렸다 내려놓기 거울 앞에 서기 변기 속으로 빨려내려가는 변 바라보기 아픈 목 돌려보기 창밖 바라보기 그러다가 앉았다 일어났다 다시 앉는다 그는 여전히 숨쉬고 있다 한숨은 끝이 없고 무언가 끌리는 소리는 계속된다 쥐를 물고 가는 너구리 쥐를 물고 가는 너구리 그의 허기는 곧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분노하고 있다 앉았다 일어났다 다시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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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기다리기
기다리기 이준규 그는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배를 채우고 공간을 넓히며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시고 술을 마시고 공기의 결을 하나 하나 세며 다시 공기를 넓히고 오줌을 누러 이동하고 코를 풀고 세수를 하고 하수도로 빠져나가는 물소리를 들어보고 드물게 개 짖는 소리도 듣고 낮게 뜬 놀랍게 커다란 달을 바라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넥타이 색을 중얼거려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치마 색을 중얼거려보기도 하고 커피 잔에 앉은 파리를 잠깐 바라보다가 쫓아내기도 하며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쉽게 올 것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는 구체적이지 않은 장소에 분명하게 앉아 계속 무언가를 하며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헬리콥터가 하늘을 날면 쳐다보기도 하면서 기다림의 전형이라는 것이 있다는 듯이 하지만 그것은 언젠간 올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아쉬울 것이 없고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혹 그것이 이미 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며 그래도 다른 계획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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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이글거리는
십년감수(十年感秀)_시 이글거리는 이준규 이글거리는 불면의 밤이 진행한다 두꺼운 안개가 나뭇잎을 땅 쪽으로 조금씩 밀고 있고 나는 세상의 모든 시를 시작하리라 요란한 치장을 하고 문을 나서는 휴일의 모든 창녀처럼 도대체 움직이지 않는 감각의 보푸라기를 일으키는 무너져 내리는 시간의 나선형 계단에서 소름끼치게 너를 다시 만나리라 너의 출렁이는 싱싱한 육체의 밤 무한히 커지며 이지러지고 물방울 돋치는 새벽 뒤통수에 뜬 달 그러나 아주 작은 별 하나도 없다 어찌 자연의 광휘를 노래하리 새들은 모두 어디에 숨었나 이상한 기계들의 숨가쁜 눈빛 아직도 밤하늘을 배회하는 어색한 기쁜 신의 종족들 결코 상이 되지 못하는 어슬렁 배회하는 느낌들 너라고 불러 보는 부름의 짖음의 명확한 끝 밤의 차가운 기운을 쥐어짜는 허리 삔 공간 속에서 투명하게 언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