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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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기면 일기
기면 일기 김남주 간밤에 눈이 내렸던 아침 거칠거칠한 목도리를 단단히 매듭짓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여름이었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늦었지, 눈 감은 기억 없이 신이 나를 뜨개질했다면 혈관을 엮는 신의 손이 아직 미숙할 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바늘을 빼고 실을 잡아당기며 다시 처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다시 처음부터 겨울, 아니 여름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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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1월 일기
1월 일기 조성래 1월 9일, 행복한 날들이 지나간다 1월 10일, 아니, 내가 직접 지나간다 거리의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직접 1월 12일, 2008년 교원동, 어머니 들어 오시지 않던 날, 나는 잠든 동생과 함 께 누워 두려움에 떨다가 문득 먼지 쌓 인 예수상의 가슴에서 초록색의 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1월 13일, 관상을 좀 배웠다는 시청자 가 라이브 방송에 출연한 나더러 도깨 비상이라고 했다 도깨비불의 인(燐)ㅡ 외롭고 슬픈 인간은 스스로라도 불빛을 만들어 낸다 1월 16일, 교회들의 첨탑이 피뢰침처럼 뾰족하다 벼락불과 지옥으로 떨어질 영 혼들 끌어모아 천국으로 갈 단 하나의 영혼을 마련하기 위해서일까 그 끄트머 리에 빛 하나 걸어 놓은 윤동주 1월 17일, 어머니가 쓰러졌다, 세상의 좌반구 마비에서 건너오는 천사들이 불 타는 강에 가로막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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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미래 일기
미래 일기 박상수 비단벌레 차를 같이 타고 싶었던 사람에게 선물을 건넸다 새로 나온 음반이야, 덧붙일 말이 많았지만 그 정도로만 말하기로 했던 결심을 잘 지킬 수 있어서 돌아오는 길이 자꾸만 늘어났다 대답도 없이 간략한 눈빛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걸으면 내가 나를 밀어내는 것처럼 얕은 멀미가 올라왔다 빙글, 길게 휘어졌던 여름의 구름과, 걸어 들어가고 있구나 커튼 뒤의 하늘로, 여름의 복판으로, 생도너츠와 홍차를 먹고 천변을 걸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잘못한 일들만 자꾸 생각났다 간판 없는 실비집에서 나를 야단쳤던 사람, 너에게는 결정적으로 빠진 게 있잖아, 그런 말을 듣는 일이 식물에 빛이 닿듯, 나를 일으켜 세우기도 하였다 커튼 뒤에 아무것도 없으면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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