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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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오늘의 그래픽노블 이야기1 – 열세 살부터 시작되는 여성 생존 보고서
예술 노동자인 이십대 여성에게 경제적 독립의 과제는, 현재 필요한 생활비와 주거 공간을 마련하는 일에 더해 미래를 예비하는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까지도 요구한다. 언제 소득으로 전환될지 모를 노동에 시간을 투자하고, 기회비용을 감수한다. 그때 자본과 가부장제는 모두, 어디에도 예속되지 않은 이 젊은 여성에게 매우 차갑고 혹독한 전쟁터가 된다. 작가는 이 책 후기를 통해 “『반달』에서 10대의 송이를 그리고 『자리』에서 20대의 송이를 그리면서 이것은 ‘고난 시리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이 작품 역시 자전적 이야기임을 밝힌다. 친구 ‘순이’가 ‘고정순’ 그림책 작가라고도 명시한다. 고정순 작가를 아는 이라면 작품 속 ‘순이’가 개인전을 여는 갤러리 뜨쥬, 로베르네를 보고도 그 사실을 짐작할 수 있겠다.(『반달』에서도 고정순 작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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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순문학이라는 장르 소설
원래 순문학이라는 것은 때때로, 아주 가끔 재미있을 따름이지 대체로 모두에게 고된 예술이다. 그러니까 치명적인 것은 ‘깊이가 없다’는 말이다. 한국 문학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진지하게 출판된 순문학 텍스트가 그저 ‘이야기’ 이상의 어떤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면 그것은 명백히 ‘장르적’으로 실패다. 장르 소설들이 특유의 장르적 문법이나 구상된 세계의 정합성, 이야기의 밀도 등으로 독자의 평가를 받는다면 순문학은 ‘문학성’이 기준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학성이라는 말은 얼마나 모호한가. 그것은 우리 각자의 주관적인 판단과 결부되어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렵다. 어떤 이에게는 아름다운 문장과 묘사가, 또 어떤 이에게는 지적 자극과 통찰력 있는 작가의 관점이, 또 누군가에게는 이야기가 주는 울림과 감동이 그 기준일 수 있다. 지금 한국 문학에는 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꽤 꾸며진 문장을 통해 어느 정도의 사유로 포장한 작품이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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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메시지의 전경화와 소설의 ‘실효성’
왜냐하면 그 작품이 주는 영상의 강렬함과 진정함, 그리고 작품이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효과의 원인인 완전히 숙달된 물감 다루는 솜씨 등은 이 작품을 정말로 훌륭한 예술로 만들기 때문이다.”6) 말하자면 매튜 키이란에 의하면 베이컨의 그림의 ‘실효성’은 재현적 전언-전언의 가치-기술적 숙련도-미학적 가치의 순으로 정렬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미학적 숙련과 정동적 강도가 결과적으로 전언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발휘된다는 것이다. 3) 매튜 키이란 지음, 이해완 옮김, 「예술과 도덕」, 『예술과 그 가치 Revealing Art』, 북코리아, 2010. 참조. 4) 매튜 키이란, 같은 책, p.227 5) 이에 대해서는 질 들뢰즈 지음, 하태환 옮김, 『감각의 논리』, 1995(2008년에 재출간되었다). 참조. 6) 매튜 키이란, 같은 책, p.23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