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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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도플갱어
날마다 앉아야 할 타이밍을 놓 치게 되는 건 좋아서다.2) 2) 임승유, 「미래가 무섭다」, 『그 밖의 어떤 것』, 현대문학, 2018, p.18. 인용한 시는 임승유 시인의 「미래가 무섭다」(2018) 중 한 대목이다. 시를 읽고 나서 사진작가 도미야수 하야히사Hayahisa Tomiyasu의 「탁구대Tisch Tennis Platte」(2012-2016)3)가 떠올랐다. 2011년 여름, 라이프치히에서 유학하던 하야히사는 학교 기숙사로 돌아가던 중 여우를 발견한다. 여우를 따라가다 보니 탁구대가 있었다. 하야히사는 탁구대를 이리저리 살피는 여우를 주시했다. 그날 이후 그는 창밖의 여우를 관찰하다가 시선을 옮겨 여우가 서성거렸던 탁구대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탁구대는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용도는 달랐다. 탁구대는 동네사람들의 빨래터이자 아이들의 숨바꼭질 자리였다. 주민들은 탁구대에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스트레칭을 하고, 캠핑을 즐기기도 했다. 그렇게 촬영은 5년간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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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배웅
배웅 임승유 개천을 걸었다. 개천은 돌층계로 내려갔다가 돌층계로 올라가는 개천이고 지나가던 개가 뒷다리를 들고 잠깐 서 있는 개천이다. 나는 너의 그곳을 만졌고 개처럼 끙끙거렸다. 하모니카를 들고 나온 노인이 하모니카를 불다가 들어갔다. 꽃나무는 서서 꽃나무답게 꽃잎을 떨어뜨렸다. 냄새나는 개천은 어디까지 가서 끝나는지 몰랐지만 너를 보내기엔 개천만 한 곳도 없고 그런 개천 하나쯤은 어디에나 있어서 개천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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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반창고
반창고 임승유 버리고 올게 네가 무거운 것을 끌고 나간 후에 나는 저녁을 가장 사랑했다. 저녁은 무겁고 무엇보다도 전부였기 때문이다. 어떤 색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네가 들어와 환하게 드러난 자리를 쓸고 닦는 동안 손가락으로 숲을 가리키면 숲은 더 들어가고 더 깊어져서 감자와 설탕을 먹었는데 그만 일어나 그런 말을 들으면 이제 감자가 한 알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기서 나가려면 문을 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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