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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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커버스토리 2024년 5월호
독자의 한마디 임유영 시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고 이후 팬이 되었다. 임유영 시인의 작품이 가진 신비를 잘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임유영, 「부드러운 마음」 감상하러 가기 OOO 작가 도트를 위주로 그림과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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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북실이
북실이♦ 임유영 따뜻하고 둥근 개의 머리통. 작은 뒤통수를 겨눈 총구와 총을 쥔 손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훈기 도는 식사 시간. 음식을 준비한 사람이 말한다. “모두 기도하고 저녁을 먹자꾸나.” 개가 으르렁거린다.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신께 감사를,” 개의 허연 송곳니가 드러난다. 검은 눈동자가 빛난다. “음식을 마련한 두 손에 축복을.” 개는 뜨거운 콧김을 뿜는다. 끈적한 침을 흘린다. 개의 머릿속에는 회전하는 작은 불꽃들과 굉장한 어둠. 결코 쉬지 않는 코와 모든 소리를 듣는 귀. 다들 식기를 달그락거리며 미소 띤 입술을 오물거리는 동안. 누가 개를 참 사랑해서 홀로 두기 싫어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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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부드러운 마음
부드러운 마음 임유영 어데 그리 바삐 가십니까, 동자여. 바지가 다 젖고 신도 추졌소. 뜀뛴다고 나무라는 게 아니라 급한 일이 무엇이오. 이보, 여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 지금 아랫마을 개가 땅을 판다기에 바삐 가오. 개가 주인도 안 보고 밥도 아니 먹고. 빼빼 말라 거죽밖에 남지 않은 암캐가 땅만 판다 하오. 그 개 물 주어 봤소? 그 물 주러 가는 길이요, 그래 내가 이래 다 쏟아 온데 사방이 추졌소. 동자승아, 동자여, 뚜껑 단단히 닫고 가소. 여기 물 더 있으니 모자라면 부어 가소. 보온병에 뜨신 커피 있으니 이것도 가져가소. 필요 없소, 필요 없소. 무슨 개가 커피를 먹는답디까? 당신 행색 보아하니 혹 땡중이오? 우리 주지스님 힘이 장사다. 그 개 다 틀렸다, 개가 땅을 파면 죽는다. 동자가 쌩하게 뛰어 개 키우는 집에 가보니 개는 벌써 구덩이에 죽어 늘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