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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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커버스토리 2024년 5월호
독자의 한마디 임유영 시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고 이후 팬이 되었다. 임유영 시인의 작품이 가진 신비를 잘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임유영, 「부드러운 마음」 감상하러 가기 OOO 작가 도트를 위주로 그림과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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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부드러운 마음
부드러운 마음 임유영 어데 그리 바삐 가십니까, 동자여. 바지가 다 젖고 신도 추졌소. 뜀뛴다고 나무라는 게 아니라 급한 일이 무엇이오. 이보, 여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 지금 아랫마을 개가 땅을 판다기에 바삐 가오. 개가 주인도 안 보고 밥도 아니 먹고. 빼빼 말라 거죽밖에 남지 않은 암캐가 땅만 판다 하오. 그 개 물 주어 봤소? 그 물 주러 가는 길이요, 그래 내가 이래 다 쏟아 온데 사방이 추졌소. 동자승아, 동자여, 뚜껑 단단히 닫고 가소. 여기 물 더 있으니 모자라면 부어 가소. 보온병에 뜨신 커피 있으니 이것도 가져가소. 필요 없소, 필요 없소. 무슨 개가 커피를 먹는답디까? 당신 행색 보아하니 혹 땡중이오? 우리 주지스님 힘이 장사다. 그 개 다 틀렸다, 개가 땅을 파면 죽는다. 동자가 쌩하게 뛰어 개 키우는 집에 가보니 개는 벌써 구덩이에 죽어 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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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꿈 이야기
꿈 이야기 임유영 사월의 한낮이었다. 벚꽃이 절정이라기에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가벼운 옷을 입고 나들이를 나가려니 기분이 좋았다. 걷다가 지름길을 두고 일부러 둘러 가기로 했다. 여학교를 지나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감색 세일러복을 입고 달려가는 여자 아이를 보았다. 아직 수업이 끝나지 않았을 시각인데 아이는 멀리 공원 쪽으로 재빨리 달려갔다. 나중에 보니 역시 교복을 입은 남자애가 자전거를 대고 기다리다가 여자 아이를 뒤에 태우고 가는 것이었다. 그러다 사거리에서 그만 사고가 났다고 한다. 사고가 나서 여자 아이는 죽어버렸다. 나는 그날 꽃은 못 보고 돌아가던 길에 교복집 하는 늙은 남자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아이의 뒷모습에서 죽을 징조를 벌써 보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