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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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예지
예지 임주아 긴 여름 방에 돌아와 잠이 들었다 꿈에 파묻힌 몸에서 비린내가 났다 몸은 흉몽일까 올려다본 천장이 자루처럼 불룩했다 놀란 입속으로 물이 떨어졌다 한 방울 두 방울 고인 방 드러난 벽에 곰팡이가 퍼져 있었다 악령 같았다 가죽처럼 찢어진 벽지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젖은 책이 쪼그려 앉아 빗물을 핥았다 꿈이 늦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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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망뭉망
망뭉망 임주아 우리동네 더 망해도 싸다는 건물주 죽을 때를 놓쳤다는 동료 아파트를 염원하는 이웃 옆에서 7년째 책방 하는 나 시급하게 한가한 건 마찬가지 믿음 없이 거룩한 건 매한가지 잡탕밥이다 그래도 밥이지 어려운 말로, 이질적이다 그래도 질적이지 동네연구자들 아닌가 주제 : 내가 망할 것 같애? 망가지고 뭉개져도 망하지 않는 맷집 맷집도 집이다 난로 앞에 모인 망뭉망 동네 사람들 젓가락 들고 차가워지지 말자 왕뚜껑에 고딕체로 있다 후후 불어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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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홀
홀 임주아 이유 없이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마음 한구석이 부서진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끝없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이 부서지면 이상한 곳으로 질주할 것 같아 마음을 다 내놓을 때가 있다. 세상이 너무 커다란 구멍 속으로 사라져 뒤쫓아 통과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아 책장을 넘길 때가 있다. 누구에게도 화내고 싶지 않아 아주 먼 언덕으로 도망간 적 있다. 아무에게 말하고 싶지 않아 언덕에서 굴러떨어진 적 있다. 떨어져 맨홀 속으로 들어간 적 있다. 뚜껑이 잘 닫히지 않아 다시 닫으러 올라간 적 있다. 어둠 기둥 속에 서서 끝없는 구멍을 내려다본 적 있다. 먼저 떨어뜨려 본 발바닥이 종잇장처럼 날아다니는 것을 본적 있다. 발 딛지 못한 곳에서 흐르는 물소리 들려온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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