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커버스토리 3월호
임지은, 「눕기의 왕」을 읽고(《문장 웹진》 2022년 2월호) 이 그림은 지금 누워 있고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결말들
결말들 임지은 뾰루지가 나서 피부과에 갔다 압출기로 누르고 레이저를 쐬면 감쪽같을 겁니다 당신은 지워지고 뾰루지만 남을 거예요 침대에는 상처만 남은 환자들이 누워 존재감마저 지우고 있었고 * 이대로 두면 난폭해질 거야 아이의 성격에 빨간색이 묻었다고 믿는 엄마는 논리적으로 생각해 봤다 빨강에 노랑을 섞으면 오렌지가 되고 파랑을 섞으면 순응이 되지 엄마는 파란색을 가져오기 위해 매를 들었다 새파래져서 아이는 드디어 새파래져서 아이는 * 줄무늬, 점무늬, 격자무늬, 물결무늬, 빗살무늬, 민무늬, 반무늬, 반만 무늬, 반만 미래, 반미래, 미래에 반하는 미래, 미래가 아닌 미래, 미래가 아닌 미래의 미래, 조금만 미래, 조금 가까운 미래, 그래서 현재라는 미래, * 세상 모든 노래의 끝 음을 비커에 모았다 한 방울, 한 방울 좋은 결말이 되길 바라 비커가 가득 채워졌을 때 한 음이 연주되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눕기의 왕
눕기의 왕 임지은 뒤통수가 사라진다 누워 있었기 때문에 떠다니는 하품을 주워 먹는다 누워 있었기 때문에 아침이 돼서야 이를 닦는다 누워 있었기 때문에 ‥‥ 먹지 않고 걷지 않는다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늦겨울 봄볕처럼 아주 잠시 생겼다 녹는다 뭐든 중간이라도 가려면 가만히 있어야 하고 가만히 있기엔 누워 있는 것이 제격이니까 다른 걸 하려면 할 수도 있는데 안 하는 거다 왜? 누워 있으려고 그리하여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어디든 누워 있을 수 있게 된다 밥상, 난간, 동전뿐인 지갑 젖은 하루가 마르고 있는 빨랫줄 밥은 먹었어? 같은 질문이나 내 그림자 위에 포개진 다른 사람의 그림자까지 졸음을 데리고 와 같이 졸음은 죽음이 아닌데 코가 비슷하고 같은 베개를 나눠 쓰고 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