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93)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젊은작가들의 樂취미들] 취미는 사랑
여행에 다녀온 뒤로 나는 진짜 사격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실탄 사격장이 있어서 이따금씩 마음이 복잡해지면 총을 쏘러 간다(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자주는 못 간다). 38구경의 클래식한 디자인의 권총을 손에 쥐고 천천히 방아쇠를 당긴다. 총알이 총구를 빠져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어깨와 팔, 손가락에 긴장이 실리지 않도록 하는 연습을, 나는 좀 더 해야만 한다. 사격은 그림과 더불어 나의 가장 오랜 취미가 될 것이다. 3. 취미는 사랑 바로 위에서 나의 삶이 ‘작가’로 운명 지워졌다고 믿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은희경 작가님의 『새의 선물』에서 주인공 ‘진희’는 자신을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로 분리한다. 나의 경우가 그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진희’처럼 일부러 분리한 건 아니고, 자아가 둘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릴 때부터 그랬다. 비극적인 상황. 그 상황의 주인공이 나일 때.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삶이 지니는 신비한 역동성의 탐색
사실 상처가 삶의 중요한 지혜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술도 예술 자체로 남는 것이 아니고 예술가 자신의 삶을 한 차원 바꾸는데 도움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저는 예술가가 예술가로만 머무는 걸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면 아주 탐미적인 세계를 추구해온 사람들을 보면, 자기 자신은 굉장한 지옥에 살았거든요. 지옥의 일면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자신이 그 지옥의 상태에서 죽었을 때, (저는 영혼의 불멸을 믿기 때문에) 어떤 예술가도 영혼의 안식 없이 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위해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마지막에 도달할 곳은 사랑이에요. 자기애를 떠난 이타적인 사랑, 전체를 아우르는 큰 인간이 되는 것, 그 방향으로 예술도 가는 것이지 예술이 삶에서 동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책상 위에서만 만들어내지 말고 자기를 삶에다 던져서 아픔이든 뭐든 깊게 체험하라,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명작에서 괴작까지 18] 복잡한, 예민한, 주절거리는
[영화 칼럼_명작에서 괴작까지 18] 복잡한, 예민한, 주절거리는 정세랑(소설가) 연애도 삶도 결국 내 안의, 상대 안의 불안정한 부분과의 기나긴 분투······ 스스로도 글을 쓰는 처지에 남녀를 불문하고 글을 쓰는 사람과의 연애를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은 어딘가 어그러진 데가 있지만, 연애는 마음속 미로가 없이 심플하고 정직한 사람과 하는 것이 가장 덜 다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의견에 보편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문학은 많은 경우 상처에서 비롯되고, 뜯어먹어도 자꾸 자라는 허브처럼 여러 버전의 허구가 안쪽에 가득한 사람은 아무래도 거짓말을 하고 만다. 그래서 영화에 작가나 그 비슷한 주인공들이 등장하면, 그리고 그것이 특히나 연애물이라면 “아이구, 저걸 어째!” 하는 기분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루비 스팍스」를 본 것은 2년 전, 친구가 사는 도시에 여행을 가서였다.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정식 개봉을 하지 않은 것 같다.